산업연 "내년 경제성장률 2.0%"…수출 5.6% 증가 전망

입력 2023-11-20 15:00
수정 2023-11-20 15:12
산업연 "내년 경제성장률 2.0%"…수출 5.6% 증가 전망

IT 회복에 반도체 수출 약 16% 증가…265억달러 무역흑자 기대

수출회복 불구 소비둔화·투자위축에 '완만 성장' 예상



(세종=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국책 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은 우리나라가 내년 2.0%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의 업황 개선에 힘입어 내년 수출이 전년보다 5.6% 증가해 올해 부진 흐름에서 벗어날 것으로 기대됐다.

다만 고금리 지속, 전쟁 등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국내에선 고물가·고금리로 소비 성장이 느려져 수출 반등에도 경제가 완만한 성장 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됐다.



◇ 고물가·소비둔화 속 수출이 경제성장 견인 기대

산업연구원은 20일 펴낸 '2024년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올해보다 2.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 전망치(2.4%)는 물론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통화기금(IMF)이 전망한 내년 경제 성장률 2.2%보다 낮은 상대적으로 보수적 수치다.

연구원은 IT 경기 회복세 덕분에 전반적인 수출과 설비투자는 늘어나겠지만, 고금리·고물가로 국내 소비 성장세가 둔화하고 건설 투자가 위축돼 '완만한 성장'이 나타날 것으로 분석했다.

부진한 반도체 시황이 뚜렷하게 개선되고, 견조한 자동차 수출 흐름도 유지돼 내년 수출은 전년보다 5.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수출은 반도체와 대(對)중국 수출 부진 여파로 7.6% 감소하겠지만, 내년에는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내년 수입은 수출 개선에 따른 중간재 수입 증가에도 유가 하락으로 인해 전년보다 0.7%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연구원은 올해 136억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겠지만, 내년에는 265억달러의 흑자를 낼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고금리와 높은 가계 부채로 인한 이자 부담 확대, 고물가로 인한 구매력 약화로 내년 민간 소비가 전년 대비 1.9% 증가하는 데 그쳐 성장 제약 요인이 될 것으로 진단했다.

투자의 경우 반도체, 자동차 등 분야에서의 설비투자는 소폭 증가하겠지만, 미분양 증가, 신규 인허가 선행 지표 부진에 따라 건설투자는 올해보다 0.2%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원은 내년 여러 국내외 불확실성이 우리나라 경제 성장 경로 형성에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원 관계자는 "고려해야 할 불확실성으로 대외적으로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진정 여부와 주요국 고금리 지속에 따른 금융 부문 불안 등을, 대내적으로는 가계부채 문제의 현실화를 들 수 있다"고 밝혔다.



◇ "내년 반도체 수출 산다"…올해 25.6% 감소, 내년 15.9% 증가

글로벌 정보기술(IT) 제품 및 의약품, 선박 수요 증가에 기저효과까지 더해져 내년 반도체(15.9%), 정보통신기기(12.7%), 조선(10.2%), 바이오헬스(4.6%) 등 13대 주요 주력산업 분야 대부분에서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연구원은 전망했다.

반도체 수출은 DDR5를 비롯해 인공지능(AI)용 서버에 들어가는 고부가 메모리반도체 수요 증가와 필수 수요 제품 교체 수요 등으로 올해 큰 폭의 감소(-25.6%)에서 내년 15.9% 증가로 상황이 반전될 것으로 기대됐다.

내년 정보통신기기 수출도 스마트폰과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수요가 회복 추세이고, 기저효과 또한 작용해 올해 대비 12.7% 증가할 것으로 연구원은 예상했다.



디스플레이 수출은 주요 수요 기업으로의 태블릿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급 등으로 전년보다 2.2% 증가가 전망됐다. 다만 연구원은 디스플레이 수출과 관련해 중국의 경쟁력 제고가 프리미엄 시장을 선도해온 우리 수출에 부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올해 반도체 수출 부진 속에서 '수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자동차는 전기차 판매 둔화 영향으로 올해 20% 가까운 수출 증가율이 내년 2.0%로 크게 둔화하겠지만 증가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전반적 수출 증가세에도 세계적 전기차 판매 둔화로 '숨 고르기'에 들어간 이차전지 분야 수출은 수요 위축으로 2.6% 소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역별 수출을 살펴보면 미국, 유럽 등 주요 수출국의 수요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이후 가속하는 인프라 구축 및 공급망 내재화 등 영향으로 소폭 확대될 것으로 기대됐다.

반면 중국의 경우 대규모 경기 부양 정책에도 부동산발 경기 하방 압력이 여전한 상황이어서 반도체 외 수요 증가세가 더뎌 대부분 산업 분야 수출 부진이 계속될 것으로 연구원은 내다봤다.

연구원은 이번 보고서에서 "중국 중간재 자급률 상승, 중국 수입시장 내 한국 경쟁력 약화 등 구조적 어려움에 직면한 가운데 중국 경기 회복 지연, 글로벌 IT 경기 부진 등 경기 요인으로 대중국 수출 부진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중국산 중간재와의 기술적 차별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한편, 대중국 수출 부진이 장기화하고 대미 수출은 꾸준히 늘어나면서 미국이 중국을 제치고 제1 수출국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왔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내년 미국이 중국을 제치고 우리나라의 제1의 수출국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미국으로의 자동차 수출을 괜찮게 보고 있어서 그럴 가능성도 어느 정도는 있을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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