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대선, '경제실정' 좌파 포퓰리즘 대신 극우 밀레이 선택(종합)
개표 91.81%에 55.86% 득표…집권당 마사 따돌리고 대권 거머쥐어
달러화 도입·중앙은행 폐쇄 공약…내달 10일 임기 4년 대통령 취임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김선정 통신원 = 연 평균 인플레이션 140%대의 극심한 경제난에 허덕이는 남미 아르헨티나에서 '괴짜' 극우파 정치인이 좌파 집권당의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하비에르 밀레이(53·자유전진당) 후보는 19일(현지시간) 대선 결선 투표에서 개표가 91.81% 진행된 가운데 55.86% 득표율로, 44.13%의 표를 얻은 집권당의 세르히오 마사(51) 후보를 따돌리고 승리했다.
그는 지난달 본선 투표에선 29.99%의 득표율로 마사 후보(36.78%)에 밀렸지만, 1. 2위 후보 맞대결로 치러진 이날 결선투표에서 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마사 후보는 자신의 패배를 승복하며 "밀레이의 당선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밀레이 당선인은 기성정치권에 대한 민심 이반을 등에 업고 혜성처럼 등장한 인물이다.
2021년부터 하원 의원을 지내고는 있지만, 정치적 존재감은 거의 없던 '아웃사이더'에 가까웠다.
그러다 지난 8월 대권 향배를 가늠할 수 있는 예비선거(PASO·파소)에서 중도우파 연합 파트리시아 불리치(676) 전 치안장관과 마사 후보를 누르고 깜짝 1위를 차지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이후 줄곧 여론조사 1위를 달려온 밀레이 당선인은 본선에서는 2위에 그치며 잠시 주춤했으나, 결선 투표에서 역전극으로 결국 대권을 거머쥐었다.
여러 차례 연설에서 자신을 '자유주의자'라고 정의한 그는 지난 수십 년간 아르헨티나 현대 정치사를 지배한 '페론주의'(후안 도밍고 페론 전 대통령을 계승한 정치 이념·여당 계열)를 비롯해 중도우파의 '마크리스모'(마우리시오 마크리 전 대통령을 계승한 정치 운동)에 대한 심판론을 강조해 왔다.
기성정치권에 대한 민심 이반을 등에 업은 밀레이 당선인은 아르헨티나 페소화를 달러로 대체하는 달러화 도입, 중앙은행 폐쇄, 장기 매매 허용 등 다소 과격한 공약을 내세우며 "새 판을 짜자"는 전략으로 지지층을 결집했다.
밀레이 당선인은 앞서 지지자를 향해 "제 목표는 현대 민주주의 역사가 낳은 가장 비참한 정권, 현 정부를 종식시키는 것"이라며 "변화를 원하는 우리 모두가 함께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가라앉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또 현재 18개인 정부 부처를 최대 8개로 줄이는 안과, 장기 매매 합법화도 지지하고 있다.
여러 정책과 언행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것과 닮아서, 현지에서는 밀레이를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웃 나라인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과도 이미지가 흡사하다.
밀레이 당선인은 중국·브라질과 거리를 두고 미국과 외교를 강화하겠다는 뜻도 천명했다.
그와 짝을 이룬 빅토리아 비야루엘(48) 부통령 당선인은 이른바 '더러운 전쟁'(1976∼1983년)으로 불리는 군부 독재정권 시기 정부에 의해 자행된 고문과 실종 등 각종 범죄 행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그 시기를 재평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본선 1위로 결선투포에 오른 마사 후보는 현 정부 경제장관으로서 경제위기에 대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비판 속에 결국 고배를 마셨다.
밀레이 당선자는 내달 10일 임기 4년의 대통령에 취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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