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총리 만난 에르도안 "독, 홀로코스트 죄책감에 이스라엘 지지"
"부채감 갖고 전쟁 평가 안 돼"…'이스라엘 지지' 독일과 시각차 뚜렷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독일이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에 대한 '죄책감'에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전날 오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공동 회견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부채감에 근거해 평가해선 안 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이스라엘에 진 빚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유롭게 말할 수 없다"면서 "우리는 홀로코스트를 거치지 않았고 그런 상황도 없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발언은 지난달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직후부터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군사적 '과잉 대응'을 비난하는 한편 하마스에 대해 드러내 온 공개 지지 입장과 일맥상통한다.
그는 지난 15일에는 가자지구 병원을 급습한 이스라엘을 "테러국가"라고 비판하는가 하면, 하마스를 향해서는 "팔레스타인 선거에서 승리한 정당"이라고 두둔하기도 했다.
이날 회견장에 함께 나선 숄츠 총리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작심 발언'에 직접 반응하지는 않았다.
다만 숄츠 총리는 "독일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스라엘과 연대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잘 알 것"이라면서 "이스라엘은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가 있다"고 우회 반박했다.
또 "모든 이의 목숨은 동일하게 소중하며, 가자지구 내 고통은 우리를 고통스럽게 한다"고 덧붙였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번 독일 방문은 4년 만에 이뤄진 것으로, 유럽연합(EU)-튀르키예 간 관세동맹 현대화, 튀르키예인의 EU 비자면제, 이민자 대응 등 여러 현안이 논의될 것으로 당초 예상됐다.
그러나 시작부터 중동 분쟁 사태를 둘러싼 양국의 엇갈린 시각차만 재확인한 채 마무리됐다는 평가다.
한편, 에르도안 대통령은 방독을 마친 뒤에도 현지 매체에 "휴전이 이뤄지면 이스라엘에 의해 초래된 파괴가 보상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너무 늦기 전에 이스라엘의 핵무기를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하기도 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최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향해 "핵폭탄 보유를 인정하라"이라고 촉구한 바 있다. 중동 유일한 비공식 핵보유국으로 알려진 이스라엘은 자국의 핵무기 보유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5일 극우 성향인 이스라엘의 미차이 엘리야후 예루살렘 및 유산 담당 장관은 가자지구 전투와 관련해 "핵 공격도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언급해 파문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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