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수요 둔화에도…배터리 3사, R&D·시설 투자 지속
올들어 투입 비용 일제히 증가…3분기 가동률은 소폭 하락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에도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올해 연구개발(R&D)과 시설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
전기차 시장이 단기 업황 둔화를 거쳐 성숙기에 진입하기에 앞서 탄탄한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확보해 내실을 다지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19일 각사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3사의 R&D 비용은 총 1조7천874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 3사 합산 R&D 비용 1조5천884억원 대비 12.5% 증가한 수준이다.
R&D에 가장 많이 투자한 회사는 삼성SDI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R&D 비용은 8천364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7천842억원보다 6.7% 늘었다.
올해 들어 매출액 대비 R&D 비용 비중도 삼성SDI가 4.9%로 3사 중 가장 높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2.8%, SK온은 2.2%였다.
삼성SDI는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상반기에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구축했으며, 연내 고객향 시제품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들어 R&D에 7천304억원을 썼다. 작년 동기의 6천340억원 대비 15.2% 늘어난 규모다.
SK온의 R&D 비용은 작년 1∼3분기 1천703억원에서 올해 1∼3분기 2천207억원으로 29.6% 증가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R&D 강화로 고용량·고안전·장수명 배터리 개발, 가격 경쟁력을 갖춘 리튬인산철(LFP) 및 코발트 프리 배터리 개발 등에 힘쓰고 있다.
'K-배터리' 3사는 생산능력 확충도 지속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들어 9월까지 배터리 생산라인 신·증설 및 품질 강화에 7조6천454억원을 투자했다. 작년 동기(4조1천358억원)의 약 1.8배 수준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북미 지역에서만 총 8개(단독 2개, 합작 6개)의 생산 공장을 건설 또는 운영 중이다.
SK온도 연초 이후 3분기까지 신·증설에 7조6천101억원을 집행했다. 작년 같은 기간의 2조3천9억원과 비교하면 3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삼성SDI의 올해 3분기 누적 시설 투자 금액은 작년 동기(1조6천774억원)보다 약 1.5배로 증가한 2조4천397억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최근 전기차 배터리 수요 둔화 여파로 3분기 가동률은 소폭 하락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3분기 평균 가동률은 72.9%로 올해 상반기의 74.8%는 물론 작년의 73.6%보다도 소폭 하락했다.
SK온의 3분기 평균 가동률은 94.9%로 지난해의 86.8%보다 올랐으나 상반기의 95.4%보다는 내렸다. 삼성SDI는 중대형 전지 부문 가동률을 공개하지 않는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고금리 장기화로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숨 고르기'에 들어가자 배터리 업계는 상황을 주시하며 생산과 투자 속도를 조절하는 분위기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장인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지난 1일 '2023 배터리 산업의 날' 행사에서 "급히 성장하다 보니 간과한 것들이 있는데 그런 것을 다지다 보면 배터리가 한 번 더 도약할 수 있는 시간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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