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나 감염연구총괄 "mRNA기술 확보하려면 임상규제 줄여야"

입력 2023-11-19 07:00
모더나 감염연구총괄 "mRNA기술 확보하려면 임상규제 줄여야"

암백신 상용화 시점 예측 어려워…내후년까지 HIV 등 15개 백신 임상 진입





(서울=연합뉴스) 조현영 기자 = "혁신적인 바이오 기술을 확보하려면 정부가 임상시험에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임상 절차가 복잡하면 의사 입장에서 임상에 참여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이죠."

재클린 밀러 모더나 감염병 치료 부문 연구 개발 총괄 겸 수석 부사장은 지난 15일 연합뉴스와 서울 종로구 한 회의실에서 진행한 단독 인터뷰에서 mRNA 백신을 비롯한 혁신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그는 14일 한국에 입국해 충북 청주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와 만나 개발 중인 자사 제품과 허가 신청 계획 등을 소개한 후 이날 인터뷰에 임했다.

미국 시카고대에서 생물과학을 전공한 밀러 부사장은 필라델피아 어린이병원과 세계적인 제약사인 머크, GSK를 거쳐 2020년 3월 모더나에 입사해 코로나19 백신 개발 전 과정에 참여했다.

모더나는 10년 이상 mRNA 기술 연구에 매진한 작은 바이오 기업이었으나, 2020년 말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면서 단숨에 세계 상위권 제약사로 올라섰다.

mRNA는 인체에 단백질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일종의 '설계도' 역할을 하는 유전 물질이다. 이를 기반으로 한 백신은 바이러스 정보를 담은 mRNA를 우리 몸에 주입해 바이러스 단백질을 합성하게 하고, 이에 따라 항체가 형성되도록 유도한다.



모더나는 현재 호흡기 질환 백신, 암 백신, 희소 질환 치료제 등 43개의 개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목표로 하는 질환에 따라 설계도를 갈아끼우는 방식으로 다양한 mRNA 의약품을 개발하는 게 모더나의 전략이다.

밀러 부사장은 "현재 각국에 승인 신청 중인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RSV) 백신은 호흡기 질환 감염원에 대응하는 방법 등이 코로나19 백신과 유사해 개발할 수 있었다"며 "효소 결핍으로 발생하는 희소 질환은 mRNA 플랫폼을 이용해 결핍된 효소를 형성하는 단백질을 암호화하고 생성을 촉진함으로써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큰 관심을 받는 암 백신의 상용화 시점에 대해서도 물었다. 암 백신은 암세포가 만드는 비정상 단백질과 같은 구조의 단백질을 인체가 합성하게 해 항체를 생성하게 하는 의약품이다.

그는 "상용화 시점을 예측하기는 어렵다"면서 "올해 흑색종에 대한 임상 3상이 시작됐으며 한국의 일부 기관도 임상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향후 비소세포폐암 등 다른 종양 유형으로도 범위를 확장할 계획이다.

이렇게 mRNA 기술은 다양한 질환으로 확장 가능성이 있어 혁신적이라고 평가받지만, 국내에선 기술력을 아직 갖추지 못한 상태다. 혁신 기술을 갖추기 위해 어떤 정부 지원이 필요할지 물었다.

밀러 부사장은 "의료진과 환자의 임상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절차와 규제 등을 사용자 관점에서 최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팬데믹 시기 임상에 참여한 수많은 환자와 연구자, 의료진이 아니었다면 mRNA 의학 혁신은 실현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임상에 참여하기 위한 서류 작업 등 절차가 복잡하면 의사들의 임상 참여도가 낮아져 기술 개발이 늦어질 수 있으므로 임상과 관련한 여러 규제를 간소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임상 절차 등을 위한 혁신 센터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 기업 중에서도 혁신의 도약을 이룰 수 있는 기업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인력 양성, 연구 개발 분야에서 한국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팬데믹으로 얻은 교훈에 관해 묻자 그는 '소통의 가치'를 일순위로 꼽았다.

밀러 부사장은 "각 국가 규제 기관, 실제 백신을 접종하는 의료진, mRNA에 대해 대중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는 미디어까지 모두 함께 소통하는 일이 매우 큰 역할을 함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모더나는 다음 팬데믹 대비에 나선 상태다. 밀런 부사장은 말라리아, 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HIV) 등 15개 우선순위 병원체 대상 백신을 개발해 2025년까지 임상 단계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라며, 여러 바이러스군을 연구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추후 팬데믹이 발발하면 이 자료를 활용해 개발 후반 단계로 바로 진입할 수 있게 준비 중이라고 했다.

코로나19 백신 사업에 계속 집중할지에 대해선 "앞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어떤 모습으로 진화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계속해서 전 세계적으로 감염을 일으키고 중증 질환을 유발한다면 주요 사업으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밀러 부사장에게 짧은 시간에 세계적인 제약사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에 관해 물었다.

그는 "주저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태도"라며 "코로나19 백신 개발 초기에는 작은 바이오 기업이 개발을 진행하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계속 도전해 세계 보건에 기여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서 "추구하고 싶은 과학과 아이디어가 있다면 도전하고 이를 주변에 알리는데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연구자들에게 조언했다.

hyun0@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