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세일즈' 안한 시진핑…"만찬장 모인 美기업인 당혹"

입력 2023-11-17 11:07
'차이나 세일즈' 안한 시진핑…"만찬장 모인 美기업인 당혹"

WSJ "중국서 외국 자본 이탈하는데 무역·투자 언급 안나와"

재계 '실망·당혹' 반응…"시 주석 연설은 최고의 선전" 비꼬기도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국가 정상이 다른 나라를 방문할 때 자국의 기업 경영 및 투자 환경을 홍보하며 투자 유치에 나서는 세일즈 활동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그렇지 않았다.

중국 현지의 커지는 경영 및 투자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 속에 시 주석과의 만찬에 참석한 미 기업인들이 별다른 답을 듣지 못해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이 지난 15일(현지시간)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미 기업인들과 가진 만찬에서 무역과 투자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고 현지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 보도했다.

중국에서 기업 경영 환경 악화로 외국 자본이 이탈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 주석은 미 기업과 투자자들을 다시 끌어들이려고 가시적으로 애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신 시 주석은 미국과 중국이 협력할 수 있는 여지를 강조하며 양국 긴장 완화를 위한 미 기업들의 도움을 요청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수준 높은 발전을 추구하고 있고, 미국은 자국 경제를 활성화하고 있다"며 "양국의 협력 여지는 많다"고 말했다.

시 주석이 중국 내 경영 환경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을 안심시키기는커녕 무역과 투자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아 만찬에 참석한 일부 경영진이 놀라움과 당혹감을 느꼈다고 WSJ은 전했다.

중국 전문가인 미 자산운용사 매튜스아시아의 앤디 로스먼 투자전략가는 "나 역시 시 주석이 중국 내 경영 환경에 대한 미 재계의 우려를 해소하고, 앞으로 몇분기 동안 그의 국내 경제정책이 어떻게 발전할지에 대한 생각을 공유할 기회를 잡지 못한 것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이날 샌프란시스코 하얏트 리젠시 호텔에서 열린 만찬에서 시 주석이 에반 그린버그 처브보험사 최고경영자(CEO)의 소개로 무대에 오를 때 미 재계 지도자들은 기립박수로 맞았다.

만찬에는 팀 쿡 애플 CEO,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CEO는 물물론 퀄컴, 보잉, 사모펀드 KKR, 화이자, 페덱스 등 중국에 투자한 미 대기업들의 경영진이 참석했다.

이들은 중국이 새로운 판다를 미국에 우호 사절로 보낼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비롯한 시 주석의 연설에 여러 차례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시 주석은 "판다 보존에 관해 미국과 계속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 주석의 협력 메시지는 중국에서 경영 위험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참석자들의 귀에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고 WSJ은 보도했다.

서방 기업 경영컨설턴트, 회계감사관 등에 대한 중국의 조사 및 구금, 새 반간첩법과 데이터보안법 등으로 외국 기업들의 현지 경영 활동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만찬에 참석한 한 미국 재계 고위 임원은 "시 주석은 기업에 대한 양보나 중국 경제에 대한 더 많은 투자에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다"며 "그의 연설은 최고의 선전"이었다고 비꼬아 말했다.

WSJ은 이번 만찬이 실리콘밸리와 가까운 곳에 열렸지만 중국 기업인은 거의 참석하지 않았고, 마크 저커버그 메타플랫폼 CEO와 같은 미 테크 리더들도 소수였다고 지적했다.

이는 시 주석의 2015년 방미 때 시애틀에서 비슷한 만찬을 하며 중국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 등 유명 테크 CEO들을 대동한 것과 대조된다.

마이크 갤러거 미국 하원 미중전략경쟁특위 위원장(공화)은 이번 만찬의 주요 후원자인 미중관계전국위원회와 미중기업협의회에 일반석 입장권(1인당 2천달러·약 260만원)과 시 주석 테이블 좌석권(1인당 4만달러·약 5천200만원)을 산 기업인의 명단을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갤러거 위원장은 중국이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수백만명의 무고한 남성과 여성, 어린이를 대량 학살한 점을 고려할 때 이같이 비용 지출은 비양심적이라고 주장했다.

kms12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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