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대사 "안보리, 글로벌 중추국가 실현무대…외교지평 넓힐것"(종합)
황준국 대사 특파원 간담회…"비상임이사국으로서 국제평화에 기여"
"대북제재 이행 위해 협력 강화…안보리 개혁논의에도 목소리 낼 것"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이지헌 특파원 = 한국이 내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임기 시작에 앞서 '글로벌 중추국가'를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재확인했다.
황준국 주유엔대사는 15일(현지시간) 뉴욕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내년 1월부터 시작되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활동에 대해 "이사국 활동이 글로벌 중추국가를 실현하는 무대라는 점을 명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황 대사는 "전 세계가 각종 현안을 갖고 부대끼는 현장에서 한국도 고민을 많이 하고, 적극적으로 활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중추국가'는 한국이 국격에 걸맞은 가치 외교로 세계 자유·평화·번영에 기여하는 국가로 자리 잡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 목표다.
앞서 한국은 지난 6월 유엔 총회 선거에서 2024∼2025년 임기의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에 선출했다.
한국이 안보리에 진출한 것은 1996~1997년, 2013~2014년에 이어 세 번째다.
황 대사는 달라진 한국의 위상을 언급하면서 안보리 내에서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엔에 대한 재정 분담률뿐 아니라 국력 등을 감안하면 한국은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주요 국가이고, 유엔 193개국 관점에서 보면 한국은 이제 메이저 파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유엔의 국제평화와 안전 유지 목표에 기여하는 동시에 각국과 외교 지평을 넓히는 계기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황 대사는 급변한 세계정세를 언급하면서 향후 한국이 비상임이사국 활동을 통해 복잡한 국제 현안에 더욱 적극적으로 관여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최근 미국·중국의 전략적 경쟁과 러시아와 서방의 갈등 등 세계정세가 많이 변했다"며 "기후변화와 에너지, 식량 위기 등 '지구적 복합위기'라는 표현까지 등장한 상황에서 한국이 비상임이사국 활동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비상임이사국 선거에서 공약으로 제시한 ▲평화유지(PKO)·평화 구축에 대한 기여 ▲여성과 평화 안보에 대한 기여 ▲사이버안보에 대한 기여 ▲기후변화 극복에 대한 기여 등 네 가지 중점 과제 이외에도 다양한 현안에서 목소리를 내겠다는 것이다.
안보리 이사국 활동으로 유엔대표부의 업무량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지난 한 해 열린 안보리 공식 회의는 292회, 비공식 회의는 127건이다. 업무량 급증이 예상됨에 따라 대표부 인원도 최근 일부 충원한 상태다.
지난 6월 비상임이사국 선출 이후 옵서버 자격으로 안보리 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황 대사는 "향후 안보리 이사국 간의 물밑 협상에 참여하면 업무량이 지금의 2배 이상으로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도 안보리 이사국들과 공조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황 대사는 "최근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가 낸 전문가 패널 보고서를 보면 북한이 불법 해상환적, 불법 사이버공격 등 대북제재를 회피하려는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며 "회원국들에 대북제재의 충실한 이행이 중요함을 강조하면서 안보리 제재가 이행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한미일을 중심으로 안보리 이사국과 대북 제재 이행을 위한 공조를 강화해나갈 계획이라고 황 대사는 강조했다.
안보리 개혁 논의 과정에서도 한국의 입장을 반영해 목소리를 충분히 낼 것임을 시사했다.
황 대사는 안보리 개혁 요구의 배경에 대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는 등 누가 보더라도 명백히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고 있는데도 안보리가 실효적인 추가 조처를 하지 못하는 상황을 모두가 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북한 이슈뿐만 아니라 미중 경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나아가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까지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안보리가 국제평화와 안전 유지라는 임무를 제대로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개혁 요구가 커졌다는 것이다.
황 대사는 "대표성 측면에서 안보리를 확대 개편하되 상임이사국을 늘리지 말고 선출직인 비상임이사국만 늘려야 한다는 게 지난 30년간 유지된 우리 정부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엔 회원국 사이에선 아프리카 국가가 안보리에 더 많이 진출해야 한다는 얘기가 강하게 나오고 있지만, 아시아의 과소 대표 문제를 얘기하는 나라는 지금까지 별로 없었다"며 "지난 60년간 신규 유엔 가입국 중 아시아 국가 비중이 가장 크다는 사실을 회원국들에 알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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