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무심한 하늘…WHO "잦은 비에 가자지구서 전염병 늘어"
겨울 우기 시작…"전쟁 아니라면 추위와 굶주림에 죽을 것"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 39일째인 14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겨울비가 내렸다. 폭격으로 희뿌옇게 쌓인 건물 잔해와 먼지가 씻겨 내려갔다.
팔레스타인계 영국인 의사인 가산 아부 시타는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연기가 걷히고 하늘은 아름다웠다…오늘은 새로운 날"이라고 적었다.
그러나 집을 떠나 피란 중인 이들에게 겨울철이 반갑지만은 않다. 오랜만의 비에 텐트 밖으로 나갔다가 돌아온 아이들은 곧 추위에 떨기 시작했다. 비포장도로는 진흙탕이 됐고 거센 비바람에 텐트가 무너지기도 했다.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 알발라에서 피란 중인 살레 알옴란은 영국 일간 가디언에 "난방할 방법이 없는데 점점 추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는 15일까지 가자지구 내 연료가 고갈돼 인도주의적 활동도 중단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부 지역은 식수 공급마저 끊기고 하수도가 제 기능을 못하는 와중에 우기인 겨울이 찾아오면서 전염병 창궐 우려도 커지고 있다.
마거릿 해리스 세계보건기구(WHO) 대변인은 수인성 전염병과 박테리아 감염, 유아 설사가 늘고 있다며 "비가 고통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WHO는 지난달 중순 이후 가자지구에서 3만3천500건 넘는 설사 사례가 보고됐고 대부분 5세 미만 어린이에게서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다.
유엔 대피소에 머무는 한 남성은 인도주의적 상황이 점점 긴박해지고 있다며 "우리 아이들이 전쟁으로 죽지 않는다면 추운 겨울과 굶주림으로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디언은 다음주 더 많은 폭풍우가 예상된다며 진흙이 이스라엘 무기의 이동을 방해해 전쟁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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