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CO₂수출입 허용한다…CCS사업 추진 국내 기업 '청신호'

입력 2023-11-14 15:08
호주, CO₂수출입 허용한다…CCS사업 추진 국내 기업 '청신호'

호주 상원, 런던의정서 개정안 비준…CO₂저장소 확보전 속도

산업부도 호주 정부와 긴밀 협력…"CO₂운송 협의 속도 내야"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호주가 이산화탄소(CO₂) 스트림(제철소·발전소 등에서 포집된 이산화탄소)의 국가 간 이송을 가능하게 하는 런던의정서 개정안을 비준하면서 국내 탄소 포집·저장(CCS) 산업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호주 상원은 지난 13일(현지시간) CO₂스트림의 국가 간 이송을 가능하게 하는 런던의정서 개정안 비준을 위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호주 정부는 런던의정서 개정에 대한 수락서를 조만간 국제해사기구(IMO)에 기탁할 예정이다.

호주 국책 연구기관 'CO₂CRC'에 따르면 호주는 오는 2050년까지 연간 약 2천억t이 넘는 CO₂를 저장할 수 있다.

이처럼 세계 최대 규모의 CO₂ 저장 공간을 보유한 호주가 CO₂ 수출입을 허용한 만큼 한국처럼 CO₂를 포집해도 저장 공간이 부족했던 국가에는 CCS 사업 추진을 본격화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1996년 채택된 런던의정서는 CO₂스트림의 국가 간 이동은 금지해왔으나, 글로벌 탄소중립을 위한 현실적 대안으로 CCS 기술이 부상하면서 2009년 유엔당사국총회에서 국가 간 이동을 허가하는 개정안이 채택됐다.

이어 2019년에는 개정안 발효 전이라도 개정안을 수락하고 잠정 적용을 선언하는 국가 간에는 CO₂스트림을 수출할 수 있는 결의가 채택됐다.



이번 호주의 개정안 수락으로 CCS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기업들도 숨통이 트이게 됐다.

한국은 2017년 세계에서 세 번째로 탄소 저장기술의 해상 실증에 성공하는 등 기술 수준이 높지만, 온실가스 국가감축목표(NDC)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수준의 대규모 저장소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CCS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기업들도 CO₂를 저장할 공간이 마땅치 않아 많은 기업이 해외 저장소를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호주 북서부 해상에서 바로사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SK E&S의 경우 천연가스 생산 시 발생하는 CO₂를 전량 포집해 동티모르 인근 바유운단 고갈가스전에 영구 저장할 계획이나, 이를 위해서는 호주 런던의정서 개정안 비준 통과가 필수적이었다.

SK E&S는 지난해 호주에서 진행된 해상 CO₂ 저장소 탐사권 입찰에서 광구(G-11-AP) 탐사 운영권을 획득했다.

SK E&S가 확보한 광구는 CO₂ 주입·저장이 쉬운 대염수층이 넓게 분포해 CCS 추진에 최적화된 지역으로 꼽힌다.

SK E&S 관계자는 "바로사 가스전은 기업이 자발적으로 CCS 기술을 적용해 에너지 안보와 탄소저감 목표를 충족시키는 새로운 해외자원개발 모델"이라며 "현재 공정률 60%를 돌파한 상황에서 이번 호주 상원의 결정이 사업 추진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앞서 지난 4월 공개한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서 2030년까지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을 활용한 CO₂ 배출량 감축 목표치를 기존 1천30만t에서 1천120만t으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호주 정부는 CCUS 산업을 저탄소 에너지 시대를 견인할 '게임 체인저'로 꼽고 육성 중이다.

우리 정부도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 분야의 파트너십 강화를 위해 호주 정부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31일 호주 시드니에서 호주 기후변화환경에너지수자원부와 제32차 한·호주 에너지자원협력위원회 회의를 열고 핵심 광물, 천연가스, CCS 등 에너지 분야 공급망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SK E&S는 이번 회의를 계기로 산업부와 호주 기후변화에너지부가 배석한 가운데 호주 에너지 기업 산토스와 양국 간 국경 통과 CCS 추진 관련 상호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권이균 K-CCUS 추진단장은 "각국이 CO₂ 저장소 확보에 사활을 거는 상황에서 한국도 이에 뒤처지지 않도록 관련국들과 CO₂ 운송 관련 협의에 속도를 내야 한다"며 "호주, 동남아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규모 CO₂ 저장소를 확보하게 되면 운송 거리 감소로 CCUS 사업의 경제성도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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