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립스틱오빠'도 '광군제'서 매출 급감…소비 둔화 반영"
최고 인기 쇼호스트마저 고전…"中소비자 지갑 열기 어렵다는것 보여줘"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 최대 쇼핑 축제인 '광군제'(光棍節·11월11일) 기간 최고 인기 쇼 호스트의 매출이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소비 둔화를 반영하는 또 하나의 지표라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은 13일 중국 매체들을 인용, '립스틱 오빠'라는 애칭과 함께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쇼 호스트 중 한명인 리자치의 광군제 첫날 제품 판매 매출이 급감했다고 전했다.
'싱글의 날'이라는 뜻의 '광군제'는 2009년 11월 11일 알리바바가 처음 시작한 후 중국 최대 쇼핑 시즌이 됐다.
알리바바, 징둥 등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통상 광군제 쇼핑 축제를 10월 중순께부터 11월 11일까지 3∼4주간 진행한다.
중국 남방일보는 올해 광군제 축제 첫날인 지난달 24일 리자치가 95억위안(약 1조7천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이는 전년 광군제 첫날 매출 215억위안(약 3조9천억원)의 절반 이하라고 보도했다.
이와 별도로 경제매체 차이신은 리자치의 광군제 첫날 미용제품 매출이 전년보다 38% 급감했다고 전했다.
증권일보는 광군제 기간 라이브스트리밍 전체 매출에서 리자치가 차지한 비중은 지난해 전체의 3분의 1에서 올해는 4분의 1로 줄었다고 보도했다.
또 차이나닷컴 등은 리자치의 올해 광군제 총매출이 250억위안(약 4조5천억원)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리자치 측은 이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다른 걸 볼 필요도 없이 중국 최고 인기 라이브 스트리머인 리자치의 매출 하락을 통해 중국 소비의 둔화를 단적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이 부동산 시장 위기부터 청년 실업률 상승, 디플레이션 압력에까지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리자치의 매출 둔화는 중국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가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광군제 매출은 전통적으로 중국 소비 심리의 바로미터로 여겨졌으나 전자상거래 기업들이 지난해부터 정확한 매출 공개를 중단하면서 어떤 실적을 냈는지 분석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9년 광군제 때 알리바바는 24시간 동안 타오바오, 티몰 등 자사의 여러 플랫폼에서 총 2천684억위안(약 49조원)의 거래가 이뤄졌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알리바바와 징둥은 지난해 처음으로 광군제 매출을 공개하지 않았고, 올해도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하지 않았다.
두 회사는 올해 광군제 거래액과 주문 등이 지난해보다 증가했다고만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3∼4주간 진행된 두 회사의 광군제 쇼핑 축제 매출이 1∼3% 성장하는 데 그쳤을 것이라고 봤다.
광군제가 2009년 첫선을 보인 이래 알리바바는 매년 수백∼수십% 씩 매출이 성장했다고 밝혀왔다.
한편, 리자치의 광군제 매출 급감은 최근 생방송 도중 시청자를 공격한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지난 9월 리자치는 라이브 커머스 도중 화장품이 비싸다고 불평한 한 시청자에게 즉각 "계속 이 가격에 판매했는데 뭐가 비싸냐. 수년 동안 월급이 올랐는지 안 올랐는지, 열심히 일했는지 자신을 되돌아보라"고 지적해 비난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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