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팟서 감원으로'…해운업계, 수요감소 속 공급과잉에 '신음'
"2~3년 경기 하강 우려"…업체들 경비 절감 분주
제조·소매업체들은 혜택…인플레와의 싸움에도 도움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지난 2년간 기록적인 호황을 누린 글로벌 해운업계가 이제는 감원해야 하는 열악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2일(현지시간) 세계 해운업계가 수요 감소와 공급 과잉에 직면해 팬데믹 이전 시절로 돌아가고 있으며, 2~3년의 경기 하강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세계 주요 해운업체들은 2021년과 2022년 2년간에 엄청난 수익을 달성했다.
컨테이너 운송 및 해상무역 분야의 국제적 전문가인 존 맥카운(John McCown)의 집계로, 2021년과 2022년에 총 3천640억 달러(481조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그에 앞서 약 10년간 수익이 거의 없었던 것과는 극명한 대조다.
하지만 운임이 비용 이하로 추락하면서 이번 분기에 다시 적자로 돌아갈 것으로 보이는 데다 가까운 미래에도 그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
글로벌 경제에 관여하고 있는 기존 산업계에서 올해 해운업처럼 역사적인 수익을 기록했다가 다시 손익분기점 이하로 요동치는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독일 선사인 하팍로이드(Hapag-Lloyd AG)의 최고경영자(CEO)인 롤프 하벤 얀센은 인터뷰에서 "향후 24~36개월이 걱정된다"며 "우리는 경기 하강(downturn)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해운사인 A.P.묄러-머스크는 잉여 현금 흐름이 지난해 약 270억 달러(36조원)에서, 올해 약 80% 감소할 수 있고 내년에는 마이너스로 전환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보고서에서 전했다.
지난 10일간 주요 해운사들인 머스크, 하팍로이드, 프랑스 CMA CGM은 최소 내년까지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우려돼 경비를 절감할 것이라고 잇따라 밝혔다.
머스크는 이미 이달 초 1만 명을 감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일부에서는 업계가 가격 전쟁을 피하자고 촉구하기도 했다. 팬데믹이 발생하기 전 수년 동안 업계는 가격 경쟁으로 잇단 통합과 함께 최소 한 건의 주요 업체 파산을 겪었다.
세계 3대 선사인 CMA CGM의 최고재무책임자(CFO) 라몬 페르난데스는 지난 10일 기자들에게 "가격 전쟁은 결국 시작한 쪽만 아니라 모두에 해를 끼친다"라고 지적했다.
이런 사정의 원인은 공급 과잉이 주로 꼽히고 있다.
컨테이너선은 더 새롭고 더 큰 선박의 형태로 공급이 증가하는 반면, 상품 수요는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다.
해운업체들은 이미 초비상이다.
내년에 아시아에서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데 드는 비용이 15% 더 늘어나는 것은 물론, 탈탄소화를 위해 향후 수십 년 동안 1조 달러(1천322조원)를 투자해야 할 처지다.
업체들로서는 단기적으로는 일부 항로 운항을 축소하거나 수요가 적은 항로에서는 아예 서비스를 중단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침체가 장기화하면 용선 계약을 종료시키거나 놀리는 선박을 늘리고, 또한 낡은 선박을 고철 시장에 판매할 수도 있다.
해운업계와 달리 제조업체나 소매업체들은 운송 비용 절감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는 또한 인플레이션과 싸움을 하는 세계 중앙은행들에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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