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해저가스관 폭파, 우크라군 특수부대 대령이 주도"

입력 2023-11-12 17:06
"러시아 해저가스관 폭파, 우크라군 특수부대 대령이 주도"

WP 보도…노르트스트림 폭발에 우크라 개입 정황 또 나와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유럽에 공급하는 노르트스트림 해저가스관 폭발 사건의 주범이 우크라이나군 고위 장교라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와 다른 유럽 국가 관리들 등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신문은 우크라이나군 특수부대 소속 로만 체르빈스키(48) 대령이 노르트스트림 폭파 작전을 조직한 인물이라고 그의 역할을 잘 아는 소식통이 밝혔다며 이같이 전했다.

체르빈스키 대령은 6명으로 구성된 폭파 실행 팀을 지원, 이들이 가짜 신분으로 요트를 빌리고 심해잠수장비를 활용해 가스관에 폭발물을 설치하도록 하는 등 구체적인 폭파 실행 계획을 관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역할은 우크라이나 군·보안 당국이 노르트스트림 폭발 사건과 연관돼 있음을 보여주는 지금까지 나온 가장 직접적인 증거라고 WP는 설명했다.

앞서 작년 9월 26일 발트해 해저의 노르트스트림1·2 가스관의 세 지점에서 폭발이 발생, 러시아와 유럽을 잇는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의 4개 가스관 중 1개만 남기고 나머지 3개 관을 통한 가스 공급이 중단됐다.

체르빈스키 대령은 특수부대에서 복무하면서 작년 러시아의 침공 이후 러시아 점령 지역에서 저항운동을 돕는 데 주력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과거 우크라이나 내 친러시아 반군 지도자를 사살하는 작전, 2014년 우크라이나 친러시아 반군이 말레이시아 항공 여객기를 격추한 사건과 관련해 러시아의 개입 사실을 입증할 증인을 납치하는 작전 등을 계획·실행했다고 말했다.

체르빈스키 대령은 작년 7월 러시아 조종사 1명을 우크라이나로 귀순시키는 계획과 관련해 직권 남용 혐의로 지난 4월 체포됐으며, 현재 구속기소 돼 키이우 교도소에 수감된 상태다.

이에 대해 체르빈스키 대령은 WP에 보낸 성명에서 "노르트스트림 공격에 내가 개입했다는 모든 추측은 아무런 근거 없이 러시아 선전에 의해 유포된 것"이라며 폭파 사건과 관련성을 부인했다.

우크라이나 정부 대변인도 체르빈스키 대령의 폭파 사건 가담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미 중앙정보국(CIA)이 노르트스트림 폭발 사건보다 훨씬 이전부터 우크라이나가 이 같은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지난 6월 WP 등의 보도에 이은 이번 기사로 우크라이나 정부가 폭파에 관여했다는 혐의는 더 짙어졌다.

그가 폭파 작전을 주도한 것이 맞을 경우, 우크라이나 정부 내 어느 선까지 관여했는지가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체르빈스키 대령의 폭파 작전 실행은 그의 단독 행동이 아니고 그가 작전 계획을 짠 것도 아니며, 그의 작전은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에게 보고됐다고 익명의 소식통들이 전했다.

특히 이번 폭파 작전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배제한 채 계획된 것으로 알려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6월 CIA가 우크라이나의 노르트스트림 공격 계획을 미리 파악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언론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는 그런 종류의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런 식으로 절대 일하지 않는다"고 강하게 부인한 바 있다.

이에 대해 WP는 폭파 작전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따돌리고 짜여졌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앞서 미 공군 매사추세츠 주방위군 소속 잭 더글러스 테세이라 일병이 온라인에 유출한 CIA 기밀 문건은 "(폭파 작전) 계획과 실행에 관여한 모든 이들은 잘루즈니(총사령관)에게 직접 보고했으므로 젤렌스키(대통령)는 알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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