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포탄쏴도 되나…전쟁법 위반 논란에 이스라엘군 딜레마
알시파 병원 '하마스 본부' VS '국제법 보호 대상' 공방
WHO "병원과 연락 두절" 휴전 호소…유엔 등 일제히 규탄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본부로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가자지구의 알시파 병원에 공세를 이어가면서 전쟁법 상 보호 대상인 병원을 겨냥해도 되는지 논란이 커진다.
11일(현지시간) AP 통신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병원 공격이 국제 전쟁법 상 허용 가능한 범위인지 딜레마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전쟁에 관한 국제인도법은 병원을 전쟁 중에도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AP에 병원이 교전국의 군인을 숨기거나 무기를 보관하는 등의 수단으로 이용된다면 보호 대상으로서의 지위를 잃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이를 근거로 알시파 등 가자지구 병원이 하마스의 본부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군사 공격은 불법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부 국제법 전문가들은 이스라엘군의 주장이 사실이더라도 의료 시설을 향한 즉각적인 공격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ICRC 법률 담당관인 코르듈라 드뢰게는 AP에 의료시설을 공격하기 전에 환자들과 의료진들이 안전하게 대피를 할 수 있도록 충분한 경고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하이오주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학의 군사 윤리학 전문가인 제시카 볼펜데일 교수는 이스라엘이 알시파 병원에 하마스 지휘 본부가 있다는 주장을 사실로 증명해낸다 하더라도, 국제법 조항은 여전히 적용된다고 말했다.
그는 "(하마스 본부의 존재가) 즉각적인 공격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최대한 많은 무고한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들이 취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군사 목표에 비해 그로 인해 발생한 민간인 피해 규모가 과도하게 큰 경우에도 그 공격은 국제인도법상 불법이라고 AP는 전했다.
알시파 병원이 하마스의 군사 본부라고 몰아세우는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현 상황을 둘러싸고 도덕적 딜레마로 떠올랐다.
이스라엘군 정보국장을 지낸 아모스 야들린은 최근 한 이스라엘 방송에서 알시파를 포함해 가자지구 병원을 둘러싼 전투가 군사 지휘관들에게 도덕적·군사적 딜레마를 안겨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병원들을 처리하려고 한다"며 "지금으로서 이 병원들이 하마스의 핵심 지휘 본부라는 사실은 모두에게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또 이스라엘의 이런 주장에 아직 구체적 증거가 나온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스라엘 주장에도 현실에서는 병원에서 위중한 환자와 신생아부터 목숨을 잃는 상황으로 치닫자 국제 사회는 이스라엘을 강력 규탄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는 알시파 병원과 이어오던 연락이 이날 끊겼다며 "병원의 의료진과 생명 유지 장치를 사용 중인 신생아들을 포함해 수많은 환자와 부상자, 병원 안 피란민들의 안전이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밝혔다.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사무차장은 이날 엑스(X)를 통해 "의료시설에서의 전쟁 행위로 사람들을 전기·물·음식도 없는 상황에 몰아넣고, 탈출하려는 환자와 민간인들에게 총격을 가하는 것은 절대로 정당화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도 앞서 지난 10일 엑스에 "(알시파 병원) 인근에서 공습과 전투가 벌어지면서 의료 서비스와 숙소를 찾아 그곳에 있는 다수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수천 명의 상태가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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