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차박에 제격인 가성비 높은 전기 SUV…토레스 EVX
토레스 '터프함'에 디테일 개선…파노라마 디스플레이까지
넉넉한 433㎞ 주행가능거리…디스플레이 조작은 다소 복잡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전문 브랜드를 표방하는 KG모빌리티가 인기 모델 토레스를 기반으로 한 전기차 라인업을 출시했다.
지난해 7월 출시된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토레스는 개성 있는 디자인과 높은 가성비로 단숨에 국내 베스트셀링 모델 '톱10'에 진입해 현재까지 KG모빌리티 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효자 모델'이다.
지난 10월 기준 누적 판매량이 5만4천대가량이다.
토레스의 인기를 등에 업고 탄생한 토레스 EVX는 플랫폼부터 디자인까지 토레스의 정체성을 이어받은 모델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더욱이 토레스 EVX에는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탑재돼 그 가격과 성능에 대한 관심도 컸다. 향후 출시할 토레스 기반의 하이브리드 모델 등은 개발 초기부터 BYD와 협력해 만들어질 예정이다.
곽재선 KG모빌리티 회장은 지난 9월 기자간담회에서 "BYD의 배터리가 안전성, 가격, 주행거리 면에서 최적의 선택지였다"며 제품 경쟁력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KG모빌리티가 그려나갈 전동화 전환의 청사진이 담긴 토레스 EVX를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쇼핑몰 지하 주차장에서 만났다.
외관 디자인은 기존 토레스가 가진 스포티하고 와일드한 디테일은 그대로 두되, 더 세련되고 깔끔하게 바뀌었다는 인상을 줬다.
둥그렇게 떨어지는 실루엣에 굵직한 선이 강조된 전·측면은 기존 토레스의 터프하고 강인한 정체성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었다.
또 C필러(차체 뒤쪽 기둥)에 있는 가니쉬 포인트, 도트형 발광다이오드(LED) 주간주행등, 보닛에 위치한 손잡이 등 기존 토레스를 떠오르게 하는 지점이 곳곳에 보였다.
주간주행등 램프가 순차적으로 점등되는 '키네틱 라이팅 블록'은 전기차만의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더했다.
태극기의 건곤감리의 '곤'을 형상화했다는 테일램프는 이전보다 한결 정돈된 모습이었고, 눈이 쌓인다는 불만이 있었던 전조등도 소비자 의견을 반영해 위치를 변경했다.
내부도 알찼다. 차박, 캠핑 등 아웃도어를 즐기는 이들을 겨냥한 차량인 만큼 내부 공간이 널찍했다.
2열을 눕히자 키 180㎝가 넘는 동승자도 발을 뻗고 누울 수 있었고, 트렁크에 걸터앉았을 때도 허리를 굽힐 필요가 없었다.
토레스 EVX의 제원은 전장 4천715㎜, 전폭 1천890㎜, 전고 1천735㎜로, 중형 SUV 모델 가운데에서도 압도적으로 크다. 준대형 SUV인 기아 EV9과 전고가 20㎜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또 2열 창문의 롤러 블라인드, 실내 트렁크 문열림 버튼, 트렁크 안쪽에 달린 실내등까지 '차박 마니아'들이 요구했을 법한 요소들이 이곳저곳에서 보였다.
버튼을 누르면 2열 좌석의 스피커가 음소거되는 취침모드, 반려동물을 잠시 차에 두고 내려야 할 때 에어컨·히터를 켜놓고 차량을 잠글 수 있는 컨디셔닝 모드 등도 눈길을 끌었다.
이밖에 12.3인치 클러스터와 12.3인치 인포콘 내비게이션을 연결한 파노라마 디스플레이, 전자식 변속기, 아래가 비어있어 수납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플로팅 타입 센터 콘솔 등 최신 차에 들어갈 법한 요소는 모두 갖췄다.
다만 물리 버튼을 모두 없애 디스플레이를 통해서만 조작하도록 한 점은 아쉬웠다. 드라이빙 모드를 바꾸려면 디스플레이 화면 조작을 3∼6번 해야 했는데, 주행 중 손을 뻗어 화면을 여러 차례 조작하는 일이 상당히 번거로웠다.
열선·통풍 시트 조작도 모두 디스플레이를 통해서만 가능했다. 조작 후에는 다시 내비게이션 버튼을 눌러야 지도가 보이는 등 여러모로 운전자 환경을 바꾸려면 손이 많이 갔다.
토레스 EVX의 주행 성능을 살피기 위해 서울 영등포에서 인천 영종도까지 약 66㎞를 주행했다.
주행감은 무난했다. 내연기관차만큼은 아니지만 스포츠 모드에서도 적당한 드라이빙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페달은 가벼워졌고 계기판 디스플레이가 빨간색으로 변했다.
스마트 회생제동 기능은 매우 편리했다. 도로 환경, 전방 차량 등에 따라 회생제동 단계를 알아서 바꿔주는 기능이다. 주행 중 내리막길에 다다르자 제동력이 확 높아진 걸 느낄 수 있었다.
주행가능거리도 넉넉해 완전 충전 상태로 영종도를 왕복하고 차량 정체를 겪었는데도 250㎞ 주행이 더 가능했다. 토레스 EVX의 주행거리는 433㎞, 전비는 5㎞/㎾h다.
KG모빌리티는 셀투팩(Cell To Pack) 공법으로 단위 면적당 에너지 밀도를 높여 주행거리를 향상했으며, 겨울철 주행거리가 대폭 줄어드는 LFP 배터리의 단점을 보완해 배터리 열 관리 시스템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아쉬운 점은 있지만 토레스 EVX의 최대 장점은 가성비다. 넉넉한 주행거리, 개선된 내·외관 디자인, 없는 게 없는 세부사양을 갖춘 중형 전기차를 3천만원 후반대(보조금 적용 시)에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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