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개인·기관 담보비율 등 일원화…외국인 의견수렴 추진
시장조성자-유동성공급자 공매도는 구분 전망…전산시스템은 고심
이달 말 개선방안 공개할 듯…내년 상반기 중 입법·시스템 구축 추진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임수정 채새롬 오지은 기자 = 그동안 공매도와 관련해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비판을 받아온 개인과 기관 간 대주 상환기간, 담보비율 차이가 일원화될 전망이다.
전체 공매도의 80%를 차지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해 공매도 제도개선에 반영하는 한편, 불법 공매도를 불러온 글로벌 투자은행(IB) 등의 시스템 개선 등을 유도하기로 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당정은 이르면 이달 말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하는 공매도 제도개선 방안을 내놓은 뒤 내년 상반기 중 관련 입법과 시스템 구축을 추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인 국민의힘 측에서 제도개선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금융당국은 여당의 '결심'이 서면 신속히 개선안을 내놓는다는 입장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6일부터 코스피와 코스닥, 코넥스 등 국내 증시 상장 전체 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내년 6월 말까지 금지하기로 했다.
아울러 공매도 관련 불공정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이번 공매도 금지 기간에 전향적인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공매도 금지 적용 이후 외신 등에서 비판적인 의견이 제기되고, 국내에서도 빠른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당정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특히 관련 입법이나 전산시스템 준비 등에 수개월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빠르면 이달 말 제도개선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입법이나 시행령 개정 등이 필요한 것은 공론화에 시간이 필요하고, 전산시스템 등을 만들거나 바꾸는 것도 그렇다"면서 "내년 6월 말이라는 타임 테이블이 제시된 만큼 최대한 빨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투자자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가장 많이 요구해 온 개인과 기관 간 대주 상환기간, 담보비율과 관련해서는 차이를 두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현재 개인투자자는 공매도 때 빌린 주식금액 대비 보유해야 할 담보총액의 비율을 120% 이상 유지해야 한다. 반면 기관과 외국인은 105%를 적용받고 있다.
차입 공매도와 관련해 개인 투자자의 상환기간은 90일이지만 외국인과 기관은 제한이 없다.
개선안에는 담보비율과 상환기간의 '최소한'을 정해놓는 식으로 일원화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도 공매도가 허용되고 있는 시장조성자(MM)와 유동성공급자(LP)를 추가 금지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에는 신중한 모습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공매도 전면 금지 후에도 이들에 대한 예외 허용으로 공매도가 줄지 않고 있다며 예외 적용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9일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시장조성자나 유동성공급자의 공매도 금지 예외 적용과 관련해 "특이사항이 있는지 금감원에 조사하도록 요청했다"면서 "(이들의) 공매도를 막을 경우 투자자 보호나 우리 시장 발전에 어떤 의미가 있을지 다시 한번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말했다.
시장조성자와 유동성공급자는 거래부진 종목에 대해 의무적으로 매수·매도 호가를 제시, 해당 종목 거래가 이뤄지도록 하는 기능을 맡고 있다.
시장조성자는 한국거래소와 계약을 맺은 뒤 시장조성 기능을 수행하고, 유동성공급자는 주식 중 저유동성종목과 상장지수펀드(ETF), 주식 선물·옵션 등에서 공매도를 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시장조성자의 공매도 규모는 미미한 만큼 금지 대상에 추가하더라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공매도 금지 첫날인 지난 6일 공매도 거래대금은 약 2천억원으로 이중 시장조성자의 공매도는 없었다.
그러나 유동성공급자의 경우 ETF와 연동돼 있어 공매도 금지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6일 공매도 금지에 따른 숏커버링(공매도 재매수) 물량이 대거 나오면서 코스피와 코스닥이 상승하고 ETF도 오르자 차익을 실현하려는 투자자로부터 매물이 쏟아졌다.
이에 유동성공급자들이 ETF 매도 물량을 유동성 공급을 위해 사들였고, 이 과정에서 위험 헤지(분산)를 위해 공매도 포지션을 취하면서 공매도 잔고도 늘어났다.
금융당국은 또 불법 무차입 공매도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정치권 등에서 요구하고 있는 실시간 차단 시스템 구축에 대해서도 여러 대안을 놓고 고심 중에 있다.
금융당국은 공매도 제도개선과 관련해 공매도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홍콩 등에서 글로벌 투자은행(IB) 등을 만나 공매도 한시적 중지 배경을 설명하는 한편, 불법 공매도를 막기 위한 전산시스템 개선 등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금융당국에 대규모 불법 공매도가 적발된 HSBC는 차입이 확정된 수량을 기준으로 매도 스와프 계약을 체결하고 해당 수량만큼만 공매도 주문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했다.
이런 시스템 정비를 글로벌 IB 전체에 주문하는 한편, 국내에서 공매도가 폐지된 게 아니라 개선안 마련 때까지 한시적 중지라는 점을 설명하면서 향후 한국 법과 제도 준수를 당부할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IB 등은 그동안 불법 공매도 문제를 지적하면 실수와 착오에 의한 것이지 고의는 아니라고 주장해왔다"면서 "이들의 주문 관행에 문제가 있다면 어떤 것인지, (한국 법과 규정을) 못 맞추는 부분이 있으면 왜 그런지 등을 들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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