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본부? 치유의 집?…표적으로 찍힌 가자 최대병원 알시파
1946년 설립…인티파다 등 분쟁 때마다 핵심 거점으로 쓰여
이 건축가 "1980년대 확장 공사로 지하층 추가…하마스 기지 변질" 주장
IDF '하마스 본부'로 공개 지목…지상전 임박 관측도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군사 시설이 있다고 주장하며 10일(현지시간) 공습을 퍼부은 알시파 병원은 1946년부터 운영되어 온 가자지구의 최대 병원이자 의료복합단지다.
가자지구 중심 도시인 가자시티의 시가지 알 리말 지역 인근에 있으며 병상 개수는 700여개에 달한다.
병원 이름인 '알시파'는 아랍어로 '치유'(healing)를 의미하는 단어에서 왔다.
영국 식민지 시절이던 1946년 처음 세워진 이 병원은 이후 이집트의 침공과 이스라엘의 점령, 제1차 인티파다(팔레스타인의 대 이스라엘 봉기) 등 팔레스타인 역사의 굴곡마다 핵심 거점으로 자리해왔다.
하마스 결성 이전인 1967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처음 점령했을 때 이에 저항해 싸우던 많은 팔레스타인인이 이곳에서 부상을 치료했다.
1971년에는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과 이스라엘군이 알시파 병원 간호사 숙소에서 총격전을 벌였다는 기록도 당시 외신 보도 등을 통해 남아있다.
제1차 인티파다가 벌어진 1987년에는 알시파 병원 앞 광장에서 수백명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모여 이스라엘 군인에게 돌을 던지며 "우리를 모두 죽이던가 이 땅에서 떠나라"고 외쳤다고 당시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하기도 했다.
알시파 병원은 1980년대에 대대적인 확장 공사를 거쳤다.
일각에서는 당시 리모델링을 통해 병원에 지하층이 생겨났으며 이 곳이 하마스의 군사 본부로 쓰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9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건축가 즈비 엘히아니는 한 이스라엘 매체에 기고한 글에서 "당시 미국의 지원을 받아 이스라엘이 알시파 병원을 개조하고 확장했다"며 "이를 통해 지하층이 새로 생겼으며, 이 지하 구역이 최근 몇 년간 하마스에 의해 악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엘히아니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는 내놓지 않았다.
2006년 총선에서 승리를 거둔 하마스가 이듬해 파타당이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가자지구에서 몰아내면서 이후로는 알시파 병원의 운영도 하마스가 맡아왔다.
이스라엘군이 한 달 넘게 가자지구에 공습과 지상 공격을 이어가고 있는 현재 알시파 병원은 가자지구에서 아직 일부나마 운영을 이어가고 있는 얼마 남지 않은 병원 중 하나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이곳에서 치료를 받는 부상자의 수는 2천500여명으로 수용 가능한 병상 개수(700개)를 훌쩍 넘어섰다.
갈 곳이 없어 병원에 머무는 피란민의 수는 5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스라엘군은 전쟁 이후 가자지구의 주요 대형 병원과 쇼핑몰, 종교 시설 등에 하마스의 군사 시설이 숨겨져 있다고 주장하며 그 근처를 공습하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이스라엘이 수집했다는 첩보를 근거로 알시파 병원 지하를 하마스의 지휘본부로 공개 지목하면서 "병원의 여러 부서에서 하마스가 (군사) 명령과 지휘를 내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마스는 이를 전면 부인하며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병원이나 인근에 하마스의 거점이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지난 10일 가디언, NYT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알시파 병원은 이날 오전 인근 학교 등을 겨냥한 미사일과 포격으로 약 50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또 이에 앞서 이스라엘군의 전차(탱크)가 알시파 병원 근처까지 접근했다는 가자시티 주민들의 목격담이 나오는 등 병원에서 이스라엘군의 지상 공격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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