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업계, 폴란드 수출금융 지원 소식에 "숨통 트일 정도 아냐"
5대 은행 '3.5조 지원' 검토…방산업계 "10.8조 지원 필요한데…"
경쟁국 업체 견제·폴란드 정권교체 등 '계약 무산' 우려도
업계 "수은법 개정으로 지원액 늘리거나 방산업 지원법 제정 필요"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김동규 기자 = 방위산업계는 10일 시중은행들이 폴란드 방위산업 2차 수출 계약에 대한 금융지원을 검토한다는 소식에 일단 안도하면서도 "숨통이 트일 정도는 아닌 것 같다"며 여전히 우려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국내 방산업체들이 폴란드와 맺은 방위산업 수출 2차 계약에 대한 공동대출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들은 약 27억달러(약 3조5천억원)를 선지원 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방산업계는 정부에 약 82억달러(약 10조8천억원) 규모의 추가 금융지원이 필요하다고 요청해왔는데,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충분치 않은 것 같다"는 우려가 나왔다.
방산업계 A사의 관계자는 "아직 직접 통보를 받지 못했지만, 일단 급한 불은 끌 수 있게 된 것 같아 대행"이라면서도 "3조5천억원 수준의 지원이라면 충분치 않아 업계의 걱정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산업계 B사 관계자도 "폴란드와의 수출 계약은 1차보다 2차 계약 물량이 더 많은데, 이번 금융지원이 숨통이 트일 수준은 아니다. 어렵게 성사된 수출 계약인 만큼 국가 차원의 확실한 지원으로 계약이 완료되길 소망한다"고 했다.
국내 방산업계는 지난해 폴란드와 총 124억달러(약 17조원) 상당의 무기 수출 계약을 체결하면서 세계 방산 시장에서 주목받았다.
작년 8월 서명한 1차 계약에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등이 각각 폴란드에 FA-50 경공격기,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 로켓, K-2 흑표전차 등 124억달러 규모의 무기를 공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업체들은 올해 상반기까지 2차 계약을 맺어 모든 계약을 매듭지을 계획이었다.
기본계약에 따르면 2차 계약 예상 물량으로 K-9 자주포는 1차 계약(48문)보다 많은 600문, K-2 전차는 1차 계약(180대)보다 4배 이상 많은 820대로 계획됐다.
그러나 업계의 기대와 달리 2차 계약은 수출입은행(수은)이 폴란드 무기 수출을 위해 구매국에 정책 금융을 지원할 수 있는 한도가 차면서 지연됐다.
현행 수출입은행법(수은법)은 특정 개인·법인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를 자기자본의 40%로 제한하고 있는데, 이미 1차 계약 지원을 위해 한국무역보험공사(무보)와 6조원씩을 투입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어 추가 지원 가능액은 1조3천600억원 수준에 그치는 상황이다.
A사 관계자는 "수은법 개정을 통해 지원 가능액을 늘리거나 방산업계 지원법을 제정하는 등 근본적인 지원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선진국과의 경쟁을 뚫고 수출 잭폿을 터뜨리고도 열매를 거두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며 "국회와 정부가 더 관심을 기울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금융지원이 늦어지면서 폴란드 2차 수출 계약에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방산업계 C사 관계자는 "실제로 경쟁국 방산업체들이 '한국과의 전차 계약을 파기하고 새로 계약을 맺자'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동향이 전해진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지난달 치러진 폴란드 총선에서 야권연합이 과반을 확보해 승리하면서 정권교체를 앞둔 점도 계약 무산 우려를 키우고 있다.
업계에서는 폴란드 정치 일정을 고려해 올해 상반기 안에 2차 계약을 마무리 짓길 희망했는데, 금융지원 차질로 계약을 완료하지 못해 불안한 상황에까지 몰렸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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