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가자 주택 절반 파손…11∼16년전으로 경제후퇴"

입력 2023-11-10 17:10
수정 2023-11-10 17:24
유엔 "가자 주택 절반 파손…11∼16년전으로 경제후퇴"

고용 급감에 가자지구·서안서 빈곤인구 30만명 증가…GDP 4.2% 감소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궤멸을 공언한 이스라엘군의 한달여에 걸친 공습에 가자지구 내 주택의 거의 절반가량이 손상 혹은 파괴됐다고 유엔개발계획(UNDP)이 9일(현지시간) 밝혔다.

미국 CNN 방송과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 등에 따르면 UNDP 아랍권 지부장인 압둘라흐 알다르다리는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가자가 직면한 어려움은 주택의 50%가 없어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전 중인) 시리아에서는 주택 파손 비율이 그런 수준에 이르는데 4년이 걸렸는데, 가자에선 한 달 만에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서 전쟁이 끝나도 인도적 위기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재건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UNDP는 이날 별개로 내놓은 보고서에선 이번 전쟁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경제가 최소 11년에서 16년 전 수준으로 후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마스는 유대교 안식일인 지난달 7일 이스라엘을 기습해 1천400여명의 민간인과 군인, 외국인을 살해하고 230여명을 가자지구로 끌고가 인질로 삼았다.

이에 이스라엘은 같은 달 9일부터 가자지구를 전면 봉쇄한 채 공습을 개시했고 27일부터는 지상군을 투입, 중심도시인 가자시티를 포위한 채 하마스를 압박하고 있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당국은 이 과정에서 1만700여명의 팔레스타인 주민이 이스라엘군의 공격에 목숨을 잃었다고 주장한다. 230만명으로 추산되는 가자지구 총인구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150만명은 안전지대를 찾아 헤매는 피란민이 됐다.

이로 인해 가자지구의 고용률은 61% 급락했고, 직접적으로 휘말리지 않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의 요르단강 서안에서도 고용률이 24%나 하락했다.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의 빈곤 인구는 30만명이 늘어 거의 20%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가자지구의 빈곤 문제는 이번 전쟁 이전에도 심각한 수준이어서 2020년 기준으로 인구의 61%가 빈곤선 아래의 삶을 영위하고 있었다.

UNDP 보고서는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의 올해 국내총생산(GDP)이 전년도보다 4.2%(8억5천700만 달러·약 1조1천억원) 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전쟁이 한 달 더 이어진다면 GDP 감소율이 8.4%(17억 달러·약 2조2천억원)로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알다르다리 지부장은 "이건 엄청난 것이다. 30년간 여러 분쟁을 보고 글을 써 왔지만 이처럼 짧은 기간에 극적인 충격이 미치는 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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