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유엔 인권대표 "이중잣대 없어야…국제법이 단일기준"
"인도적 지원 확대·즉각 휴전 촉구…점령 행위 영구종식 필요"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분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중동을 방문 중인 폴커 투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가 분쟁 당사자 한쪽에 치우친 시각을 버리고 국제법을 준수할 것을 강조했다.
인도적 지원 확대와 즉각적인 휴전, 더 나아가 가자지구에 대한 점령 행위를 영구적으로 종식할 정치적 해법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9일(현지시간) 유엔 인권최고대표 사무소(OHCHR)에 따르면 투르크 최고대표는 전날 이집트에서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관문인 라파 국경 검문소를 찾아 이곳을 통해 이뤄지는 가자지구 구호물품 반입 현황을 살폈다.
투르크 최고대표는 지난 7일부터 5일간 일정으로 이집트와 요르단, 이스라엘 등지를 돌고 있다.
그는 라파 국경 검문소에서 만난 취재진에게 "가자지구 주민 230만명의 생명줄과 같은 검문소를 보니 생명줄이 너무 얇아졌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 7일 하마스가 자행한 잔혹 행위는 충격적인 전쟁범죄이며 인질 억류도 마찬가지"라면서 "이스라엘이 그 이후에 민간인을 집단적으로 숨지게 하고 부당하게 강제 대피시키는 것 또한 전쟁범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투르크 최고대표는 "(이번 분쟁을 둘러싸고) 이중잣대에 대한 우려를 많이 들었는데 분명히 말씀하자면 세계는 이중잣대를 용인할 수 없다"면서 "그 대신 우리는 보편적인 기준, 즉 국제인권법과 국제인도법을 따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국제법의 기준은 분명하다. 분쟁 당사자가 민간인을 보호할 의무가 있으며 의료시설이나 의료진, 부상자 및 환자에 대한 공격이 금지된다는 것"이라며 "어느 한쪽의 행동으로 다른 쪽의 국제법상 의무가 면제되는 게 아니다"라고 짚었다.
그는 "극단주의자들이 우리에게 원하는 것은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의 고통에 대한 인식 없이 세상을 흑백으로 보는 것"이라며 "우리는 이런 단색의 세계관에 빠져들 수 없다"고 언급했다.
투르크 최고대표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 분쟁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면서 휴전 합의에 필요한 인권적 필수 사항 3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가자지구에 대규모의 인도적 지원품을 긴급 제공할 것, 지난달 7일 이후 억류된 모든 인질을 즉각 조건 없이 석방할 것, 그리고 결정적으로 분쟁 당사자 양쪽 모두의 자결권과 정당한 안보적 이해관계에 기초해 (가자지구) 점령 행위를 영구적으로 종식할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을 확보하는 게 필수사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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