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안 먹히네'…이란 석유수출 꾸준히 증가, 대부분 중국행
美 당국 손닿지 않는 비밀 결제 수단·선단 때문
(서울=연합뉴스) 주종국 기자 = 미국 강경파들은 하마스를 지지해온 것에 대한 응징으로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강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이 어찌할 수 없는 원유 결제 수단과 비밀 운송 수단, 중국의 수요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란의 최근 수개월간 원유 수출량이 이전 수년간의 평균치에 비해 늘었다면서 이 원유가 대부분 중국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18년 이란 핵 합의가 미사일 등 이란의 군사적 위협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며 합의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그 이후 미국은 이란에 우라늄 농축을 포기하고 대리 민병대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도록 '최대한의 압박'을 가했다.
미국은 이란산 원유를 조금이라도 쓰는 나라에 대해서는 제재를 가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3년간, 심지어 2018년 이후 약간의 과소 보고가 있었음에도 이란의 석유 수출량은 꾸준히 증가했다.
이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중 생산량 3위에 다시 들었다.
이 원유의 90% 이상은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으로 수출됐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전쟁 초기에 이란에 대한 새로운 조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선거를 앞둔 바이든 정부는 인플레이션 위험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 이란을 동시에 압박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미국이 실제로 중국의 수입을 막기 위해 뭔가를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데이터 분석 그룹 케이플러의 호마윤 팔라카시 애널리스트는 "중간에 낀 이들이 많은 무역은 매우 정교해서 미국이 제재하기가 훨씬 어렵다"며 "미국은 이란과의 무역이 명백하게 드러나는 기업들을 제재할 수 있으나 이들 대부분은 아주 작은 기업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찻주전자를 만드는 작은 회사부터 중국 최대 정유사인 중국석유화공그룹(시노펙)까지 제재할 수 있지만, 이는 이미 긴장된 관계 속에서 더 많은 정치적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금융 및 무역 제재는 점점 더 중요한 외교 정책 수단이 되고 있다.
하지만 제재가 즉각적 효과를 내는 경우가 거의 없는 데다 독재국가 정권에는 더욱 영향을 미치기가 어렵다는 점이 문제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지적했다.
지난 몇 주 동안 미국은 아랍에미리트 일부 기업에 대해 러시아와 거래했다는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올렸고, 주요 7개국(G7)이 부과한 유가 상한선을 위반한 것과 관련해 유조선 2척과 선주들을 제재했다.
하지만 이런 조치는 이른바 '어두운 함대'에 속하는 수십, 수백 대의 선박이 여전히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원유 거래를 막지 못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란과 중국의 원유거래 역시 막기가 쉽지 않다.
중국 정부는 이란과의 거래를 위해 쿤룬 은행과 같은 소규모 금융기관들을 오랫동안 이용해 왔다.
이는 국제적인 비즈니스 관계를 가진 대규모 기업들의 노출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다.
최근에는 중국 중앙은행이 개발한 위안화 기반 무역거래 정산시스템 CIPS(Cross-Border Interbank Payments System)도 많이 사용한다.
팔라카시 애널리스트는 "만약 미국 당국이 중간상인을 찾아내서 엄격하게 제재한다면 그들은 일을 하지 못하게 되겠지만 그들 대부분은 가짜 사무실을 가진 껍데기뿐인 회사"라면서 "그들은 한두 달 안에 다른 새 회사를 열 것이고, 제재 효과는 일시적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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