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 광산 개발법 두고 반정부시위 격화…"2명 사망"
외국 업체에 최장 40년 채굴·판매 허용…캐나다 90%·한국 10% 지분 참여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중미 파나마에서 외국 업체에 최장 40년간 광산 개발을 허용하도록 하는 법안을 두고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도로 점거와 거리 행진 등이 며칠째 계속된 가운데 총격 사건으로 2명이 사망하는 등 격화하는 분위기다.
8일(현지시간) 파나마 대통령과 공공안전부 공식 소셜미디어 및 파나마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 수도 파나마시티에서 80㎞ 정도 떨어진 오에스테주 차메에서 광산 개발 계약 승인법에 반대하는 반정부 시위 도중 2명이 총에 맞아 숨졌다.
한 차량 운전자가 도로를 봉쇄하는 시위대를 향해 총격을 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나마 공공안전부는 "경찰이 노년층인 이 피의자 신원을 확보해 체포했다"며 관련 동영상을 소셜미디어에 게시했다.
라우렌티노 코르티소 파나마 대통령은 "화요일 오에스테에서 목숨을 잃은 두 시민의 유족에게 애도를 표한다"며 "서로 연대하며 살아가는 우리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파나마 곳곳에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발생했다.
앞서 파나마 정부는 도노소에 있는 130㎢(1만3천㏊) 규모 구리 광산(코브레파나마)에 대한 탐사·채굴 및 광물 정제·판매·홍보 권한을 갱신하는 계약 승인법을 지난 달 16일 국회에 상정했다.
이 법안은 국회 위원회 심의와 본회의를 거쳐 같은 달 20일 통과됐고, 곧바로 코르티소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같은 날 관보에 게시됐다. 법안 효력은 관보 공표 즉시 발생했다. 법적 절차가 닷새 만에 끝났다는 뜻이다.
이 법안은 이미 도노소 구리 광산에서 조업 중이던 미네라 파나마(Minera Panama)에 광산 개발 등 권한을 2021년 12월 22일부터 20년간 부여하는 게 골자다. 일정 수익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조건으로 이후 20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다는 옵션도 담겼다.
계약 승인법 발의는 1997년에 마련한 기존 법령이 절차상 하자로 2018년 위헌 판결을 받은 것에 대한 후속 조처로 이뤄졌다.
미네라 파나마 지분은 캐나다 업체인 퍼스트퀀텀미네랄(FQM) 90%, 한국광해광업공단 10%로 구성돼 있다.
현지에서는 "정부와 의회가 주민 의견을 듣지 않고 너무 성급히 결정했다"며 건설노조와 교사협회를 중심으로 반발하고 있다. 환경단체에서는 "빈민층 여건 개선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장기간 주변 토양 오염만 야기할 것"이라며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붓고 있다.
지난 달 말 시위 초반 거리 행진과 도로 농성 등 형태로 진행되던 시위는 600여명의 구금 등 정부의 강경 대응에 외려 격렬해졌다.
정부 시설물 주변에서 화약을 터트리거나 돌멩이를 던지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고, 경찰도 최루탄을 동원하는 등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학교 임시 휴교와 가게 영업 중단 등도 속출하고 있다.
주파나마 한국 대사관은 우리 교민과 관광객 등에게 안전에 유의할 것을 당부하는 안내를 하기도 했다.
시위대 기세에 놀란 대통령은 "12월 17일 관련 국민투표로 관련 법령 폐지 여부에 대한 민의를 확인할 것"이라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밝힌 데 이어 지난 4일 '새로운 금속 채굴 탐사·추출·운송 등을 위한 양허부여 금지' 법률에 서명하는 등 민심 달래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코브레파나마는 매장량 21억4천300만t에 달하는 파나마 최대이자 세계 10위권 구리 광산이다.
한국광해공단은 2021년 재무결산 상 코브레파나마에서 7천500만 달러의 당기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보고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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