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는 끝났다" 벼랑 끝 네타냐후…전시 리더십 신뢰 여론 '7%'

입력 2023-11-06 16:01
"비비는 끝났다" 벼랑 끝 네타냐후…전시 리더십 신뢰 여론 '7%'

하마스 기습 못 막고선 군·정보기관에 책임 돌리다 여당서도 역풍

민심이반·국제비판 '사면초가'…"처칠, 2차 대전 이기고도 축출돼" 거취 압박도

맹방 미국과도 삐걱, "후임까지 거론"…유엔기구들 "더는 안돼" 공동성명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전시 리더십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냈다.

국내에서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을 막지 못했다는 책임론에 휩싸이고, 국제사회에서는 가자지구 인도주의 재앙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안팎으로 사면초가에 빠졌다.

이스라엘에서는 민간인과 외국인 등 1천400여명이 살해되고 220여명이 인질로 납치되는 참사에도 책임을 외면하는 태도가 민심이반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스라엘 현지에선 "비비(네타냐후 총리의 별명)는 끝났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심지어 그가 대표로 있는 집권여당 리쿠드당을 오랫동안 지지해 온 주민들 사이에서조차 네타냐후의 최장기 집권을 가능케 했던 '강한 안보' 공약의 실상이 드러났다는 비판이 거세다.

네타냐후 총리는 2007년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장악하는 걸 용인함으로써 오늘날의 사태를 자초했다는 '원죄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팔레스타인의 독립국가 수립을 막겠다는 명분 하에 팔레스타인 과도정부(PA)가 통치하는 요르단강 서안과 하마스의 가자지구로 팔레스타인인들을 분열시키려던 전략이 끝없는 '피의 연쇄'를 야기했다는 이야기다.

올해 들어서는 자신의 부패 혐의 재판을 무마하려는 '방탄용 입법' 성격의 사법부 무력화를 시도해 국가적 혼란을 초래했고, 이는 하마스에 대한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감시가 느슨했던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일찌감치 책임을 인정한 여타 정부 당국자들과 달리 하마스와의 전쟁이 끝나면 '나를 포함한 모두'에게 힘든 질문이 제기될 것이라고 공동 책임론을 꺼내며 '물타기식' 언행을 보여왔다.

지난달 29일에는 돌연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하마스의 '전쟁 의도'와 관련해 자신은 어떠한 보고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며 군과 정보기관에 모든 책임을 돌리기도 했다.

이런 행태는 격렬한 반발을 불렀다.

이스라엘 전시 내각에 참가한 제2야당 국가통합당의 베니 간츠 대표는 "전시의 리더십은 책임을 보이는 것"이라면서 발언 철회를 요구했고, 이후 네타냐후 총리는 사과와 함께 해당 글을 삭제했으나 역풍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며칠 뒤 현지 싱크탱크 이스라엘민주주의연구소(IDI)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하마스와의 전쟁을 이끌 지도자로서 네타냐후 총리를 신뢰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7%에 불과했다.

대다수 응답자(74%)는 이스라엘군 지휘부가 전쟁을 앞장서 지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전통적 지지세력인 우익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조차 네타냐후 총리를 전쟁 지도자로 신뢰한다는 비율은 10%에 그쳤다.

앞서 지난달 중순 이스라엘 일간지 마리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스라엘 국민의 80%는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의 기습을 막지 못한 정보·안보 실패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응답했었다.



네타냐후 총리 비서실장 출신의 정치 전문가 아비브 부신스키는 네타냐후 총리가 책임을 인정할 경우 향후 권좌 유지에 걸림돌이 될 것을 우려해 이같은 행태를 보이다가 역풍을 맞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부신스키는 "우리 군인들은 가자지구에서 목숨을 걸고 있고 수천 명이 집을 잃었으며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은 우리 국가신용등급을 내릴 판인데 네타냐후가 생각할 수 있는 건 정치뿐이란 게 사람들이 하는 말"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공과를 상쇄함으로써 전쟁이 끝난 뒤에도 총리직을 유지하려 한다는 해석도 나오지만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IDI의 타마르 헤르만 수석 연구원은 "윈스턴 처칠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하고서도 (영국 총리직에서) 축출됐다"고 꼬집었다.

그런 가운데 이스라엘의 가장 중요한 우방인 미국 정가에서도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생명이 길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이달 초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미 정부 당국자들을 인용,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이스라엘을 방문했을 때 네타냐후 총리에게 '후계자가 될 인물과 나눌 교훈에 대해 생각해 보라'며 사실상 하야를 권고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백악관은 이러한 보도를 부인했다. 주미 이스라엘 대사관 측도 성명을 내고 양국 정상간에 이뤄진 대화에서 문제의 발언이 나온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 전쟁을 계기로 맹방인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가 틀어지고 있다는 이상기류는 계속 감지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쟁 발발 이후 자국을 세 번째로 방문해 인도주의적 조치를 위한 일시적 교전 중단을 촉구하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을 면전에서 거부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동 분쟁에 대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장단기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이번 전쟁의 종식으로 가는 길이 흐려지고 있다고 지난 4일 보도했다.

표면적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절대적 지지를 선언한 우방인 미국의 '일시 중지' 요구는 비교적 소극적인 것으로,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재앙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목소리는 그보다 훨씬 적극적이고 거세다.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의 휴전 요구를 거듭해 거부하고 있으나 가자지구의 민간인 사상자 수가 급증하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압박이 커지고 있다. 하마스가 통제하는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가자지구의 사망자 수는 9천700명을 넘어섰다.

AFP 통신에 따르면 유니세프(UNICEF)와 세계식량계획(WFP), 세계보건기구(WHO) 등 유엔 산하 주요 기구들은 5일 공동 성명을 내 "우리는 즉각적인 인도주의적 휴전이 필요하다. 30일이 지났다. 더는 안 된다(enough is enough)"며 휴전을 촉구했다.

또한 커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은 6일 각국 지도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가자지구 민간인들을 위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부통령실이 밝혔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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