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하마스 학살 영상 韓언론에도 공개…"국제적 보도 불공평"

입력 2023-11-06 13:46
이, 하마스 학살 영상 韓언론에도 공개…"국제적 보도 불공평"

토르 주한대사 "해외 보도, 팔레스타인 인명피해만 부각…하마스 소행은 학살"

하마스 잔혹성 부각, 민간인 피해 비판론 진화 여론전 차원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 당시 유아 살해 등 잔학 행위를 저지른 정황을 담은 영상을 한국 언론에 공개하고 가자지구 인명피해를 주로 다루는 국제적 언론 보도가 불공평하다고 주장했다.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은 6일 종로구 서린동 대사관에서 한국 언론 상대로 43분 분량의 영상을 녹화·녹음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상영했다.

이 영상은 하마스 무장대원들이 공격 당시 착용한 보디캠과 휴대전화, 폐쇄회로TV(CCTV), 희생자들의 차량 블랙박스와 휴대전화 영상 등을 편집한 것으로,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현지에서 처음 공개된 바 있다.

이스라엘측의 이날 한국 언론 대상 영상 공개는 최근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지상전 본격화로 인해 민간인 희생자가 증가, 국제사회에서 비판 여론 및 휴전 촉구 움직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하마스의 잔혹성을 부각함으로써 지상전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국제 여론을 개선하기 위한 여론전 차원으로 보인다.

이 영상에는 무장대원들이 피를 흘린 채 숨진 것으로 보이는 한 남성의 목을 베려고 농기구로 여러 차례 내리치며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고 계속 외치는 장면이 찍혔다.

다수의 유아·어린이와 여성들의 시신, 불탄 시신 수십구의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또 하의가 모두 벗겨져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의심되는 여성의 시신도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 측은 성폭행 피해 증거를 확보했다고 외신에 밝힌 바 있다.

영상에서 하마스 무장대원들은 키부츠(집단농장) 내 가정집이나 도로 위 자동차, 유치원 등지에서 달아나거나 저항하지 않는 민간인 다수를 사살했고, 쓰러진 사람들을 확인사살하기도 했다.

한 대원은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맨손으로 유대인 10명을 죽였다. 지금 숨진 유대인 여자의 전화로 통화하고 있다"며 "내가 죽인 자들을 내 왓츠앱(메신저)에서 보라"고 자랑했다.

아키바 토르 주한 이스라엘 대사는 영상 상영을 마친 뒤 브리핑에서 "우리는 가자지구 주민들이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면서도 "팔레스타인 아동 등의 인명피해만 보도되고 있다. 국제적 언론 보도가 균형을 잃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 한국 언론도 "이스라엘 공습 사망자는 '학살'(massacre)의 희생자라고 쓰면서 하마스 학살로 숨진 이들은 '살해'(killing) 희생자라고만 표현하는데, 이는 불공평하다"며 이번 영상에 나온 모습은 "학살이라는 말의 정의(definition)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각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에서도 같은 영상을 현지 언론 상대로 공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jhpar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