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아랍 "당장 휴전해야" Vs 美 "하마스 돕는 일"(종합2보)
블링컨, 사우디·UAE 등 아랍 외무장관들과 만났으나 이견 재확인
"이스라엘, 민간인 희생 막기 위해 모든 조치 취해야" 강하게 압박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이스라엘에 이어 아랍 국가 요인들과 만났지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휴전과 관련한 이견을 재확인했다.
이스라엘에 인도적 목적의 일시적 교전 중단을 제안했다가 거부당한데 이어 아랍국가들과도 휴전에 대한 찬반이 엇갈리면서 사태 악화를 막으려는 미국의 노력은 난관에 봉착한 형국이다.
블링컨 장관은 4일(현지시간) 요르단 암만에서 아랍에미리트(UAE)·사우디 아라비아·요르단·이집트 외무장관,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 사무총장 등과 회의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일반적 의미의 휴전에는 반대한다는 미국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휴전은 하마스가 전열을 정비해 10월 7일에 했던 일(이스라엘에 대한 기습 공격 및 민간인 1천 400여 명 살해)을 반복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것이 지금 우리의 견해"라고 밝혔다.
반면 공동 기자회견에 나란히 선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무장관은 아랍국가들이 즉각적인 휴전을 원한다면서 "(중동) 지역 전체가 적대감의 바다에 가라앉고 있으며, 그것은 다음 세대에까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블링컨 장관과 별도로 만난 나지브 미카티 레바논 임시 총리도 가자지구 휴전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사파디 요르단 외무장관은 특히 가자지구에서의 민간인 인명 피해와 관련, 이스라엘이 "전쟁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면서, 이스라엘은 국제법 위에 군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블링컨 장관도 "이스라엘은 민간인 희생을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드시 ~를 해야 한다'는 의미인 'must'를 써가며 이스라엘을 강하게 압박한 것이다.
블링컨 장관은 또 인도적 교전 중단이 가자지구의 민간인을 보호하고, 지원물자가 가자지구로 전달되게 하고, 현지의 외국인이 빠져나올 수 있도록 하는데 "중대한 메커니즘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이스라엘 방문 때 하마스에 붙잡힌 인질 석방을 위한 인도적 교전 중단을 공식 제안했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인질 석방이 포함되지 않은 일시적 휴전안은 거부한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이 이스라엘에 민간인 희생 방지를 강한 어조로 촉구한 것은 인도적 교전 중단 방안이 이스라엘에 의해 거부당한 상황에서 가자지구 민간인 인명피해가 커지는데 대해 미국이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준 일로 평가된다.
전날 이스라엘을 방문한 블링컨 장관은 요르단을 거쳐 5∼6일 튀르키예를 방문할 예정이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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