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전쟁 일시중단' 거부하고 공세…구급차 공습 논란
하마스 "중상자 이송 도중 15명 사망"…이 "테러범 식별해 제거"
헤즈볼라 지도자 "이스라엘과 전면전 가능"…개전 후 첫 입장
블링컨, 이스라엘 이어 요르단행…아랍 5개국 외무와 회동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고립된 민간인 인명피해와 인도주의적 재앙 위기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나날이 커지는 가운데서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소탕하기 위한 이스라엘의 공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은 3일(현지시간) 교전을 일시 중단하라는 우방 미국의 제안을 거부하고 하마스를 상대로 한 공습을 이어갔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가자시티 최대 의료기관인 알시파 병원 입구에서 중상자를 이송하던 구급차 행렬이 공습을 받아 15명이 숨지고 60여명이 다쳤다고 주장했다. 하마스 측은 적십자와 적신월사 등에 이송계획을 미리 설명했다며 사상자들이 환자였다고 강조했다.
팔레스타인 적신월사(PRCS)는 소속 구급차 한 대가 알시파 병원 입구 2m 앞에서, 보건부 소속 구급차는 약 1㎞ 떨어진 곳에서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료진을 겨냥한 것은 "제네바 협약을 중대하게 위반한 전쟁 범죄"라고 비판했다.
이스라엘군은 "다수의 하마스 테러 공작원들을 공습으로 제거했다"며 폭격을 인정했다. 그러나 하마스 조직원들이 사용하던 구급차를 식별해 공격했다며 민간인을 겨냥한 공격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알시파 병원 아래 하마스 사령부가 숨겨져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임시 피란민 수용소로 쓰이는 가자지구 북부의 한 학교도 공습 피해를 입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 공습으로 20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쳤다고 했다. 프랑스 통신사 AFP도 가자지구 내 지사가 공습을 받았다고 밝히는 등 민간시설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미국이 공식 제안한 인도적 목적의 일시 교전 중단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스라엘을 방문해 "인질들이 풀려날 수 있도록 하는 더 나은 환경을 만들 것"이라며 이스라엘을 설득했다. 블링컨 장관이 기자회견에서 이같은 제안을 공개한 직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우리 인질들의 귀환을 포함하지 않는 '일시적인 휴전'을 거부한다"며 연료 반입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은 휴전에는 반대하지만 하마스에 붙잡힌 인질 구출 등 인도주의적 대응을 위해 교전을 중단해야 한다며 이스라엘을 계속 압박했다.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언론 브리핑에서 "매우 상당한(significant) 교전 중단이 필요하다"며 확전을 억제하는 것은 "최우선 순위"라고 말했다.
개전 이후 세 번째 이스라엘 방문에서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한 블링컨 장관은 4일 요르단에서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아랍에미리트(UAE)·이집트를 포함한 아랍 5개국 외무장관과 회동하고 전쟁 해법을 논의한다.
전쟁 이틀째인 지난달 8일부터 하마스를 도와 이스라엘군과 교전 중인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개전 이후 처음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전면전을 언급하면서도 당장 전쟁을 확대하겠다는 의사는 내비치지 않았다.
나스랄라는 TV로 중계된 연설에서 "모든 선택지가 고려 대상이다. 이스라엘과의 전면전도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휴전하지 않으면 레바논과 국경에서의 싸움이 지금처럼 제한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하면서도 "일차적 목표"는 휴전을 달성하는 것이라고 했다.
민간인 피해가 늘어나자 즉각 휴전을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알시파 병원 바깥에서 구급차가 공격받았다는 보도에 충격받았다. 거리에 널브러진 시신의 모습은 참혹했다"며 전쟁은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환자와 의료진, 의료시설, 구급차는 언제나 보호받아야 한다"며 휴전을 거듭 촉구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경제번영을 위한 미주 파트너십'(APEP)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인도주의적 중단' 촉구를 포함해 인명을 보호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일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은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엘리 코헨 이스라엘 외무장관과 회담하고 일시적 전투 중단과 국제법 준수를 촉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일 오후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통화에서 민간인 희생에 애도를 표하고 전쟁 종식과 인도적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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