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한쪽 비호하고 다른쪽 정당한 요구는 무시해 충돌 격화"
독일 총리와 화상 회담…이스라엘·우크라 지원하는 美와 시각차 드러낸 듯
"다른 나라 안보공간 압박하면 지역 균형 상실…中·유럽, 중재 역할 해야"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3일 이스라엘-하마스, 러시아-우크라이나 등 최근 잇따른 전쟁 상황에 대해 '단편적으로 한쪽을 비호하면서 다른 한쪽의 정당한 요구를 무시한 것'이 충돌 격화의 원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3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오후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의 화상 회담에서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충돌이든 우크라이나 위기든, 뿌리에서부터 해결하려면 안보 문제에 대해 더 깊은 사고를 하고, 공동·종합·협력·지속가능성의 안보관을 견지해 균형 있고 효과적이며 지속가능한 안보의 틀 구축을 이끌어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어 시 주석은 "다른 나라의 안보 공간을 압박하고, 단편적으로 한쪽을 비호하면서 다른 한쪽의 정당한 요구를 무시하는 것은 모두 지역 균형의 상실을 야기하며 충돌의 확대와 격화를 불러일으킨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유럽은 충돌 중재와 긴장 완화에 힘쓰면서 지역의 평화와 발전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의 이런 언급은 두 가지 전쟁에서 미국 등이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을 전폭적으로 지지·지원하고 있는 상황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가자지구 공격 수위를 높인 이스라엘을 비판하면서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건설을 지지한다는 입장도 여러 차례 확인한 바 있다. 중국은 두 전쟁 모두에서 협상과 '정치적 해결'을 답안으로 제시해왔다.
숄츠 총리는 이스라엘-하마스 충돌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독일의 견해를 소개하면서 "중국과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시 주석은 이날 "현재 국제 정세에 큰 변화가 생기고 있다"면서 "지정학적인 충돌이 격화했고, 경제 회복력이 약해졌으며, 냉전적 사고방식이 되살아났다"고도 말했다.
그는 "중국과 독일은 모두 책임 있는 강대국으로서 양자 관계를 잘 발전시킬 뿐만 아니라 국제 질서와 다자주의를 더욱 수호해 함께 글로벌 도전에 대응해야 한다"며 "유럽연합(EU)이 시장화와 공평성의 원칙을 견지하도록 독일이 이끌고, 중국과 함께 공정한 시장 경쟁과 자유 무역, 글로벌 산업망·공급망의 안정을 지키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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