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던 거면 어때"…백화점들, MZ 겨냥 '빈티지' 사업 추진
고물가와 MZ 소비 취향 겨냥…중고 판매·매입 매장 잇달아 열어
중고 플랫폼 투자로 협업도 모색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국내 백화점 업계가 주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를 공략하기 위해 '빈티지'로 눈을 돌리고 있다.
MZ세대가 가치소비에 민감하고 중고 거래에 익숙한 점에 주목한 백화점들은 신상품만 취급한다는 그간의 공식을 깨고 중고품 전문 매장을 여는가 하면 중고 플랫폼에 대한 투자를 단행하며 마케팅 전략에 변화를 꾀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24일 목동점에서 중고 명품을 매입하는 '미벤트' 팝업을 열었다.
오는 12일까지 한정 기간 운영되는 팝업에서는 일부 브랜드를 제외한 중고 명품을 전문 감정사가 평가해 매입해준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6월 '럭스어게인'과 손잡고 비슷한 성격의 매입 서비스를 진행했는데, 고객 반응이 좋아 이번에 추가 행사를 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중고 명품 매입 팝업은 올해 목동점과 미아점, 신촌점, 부산점 등에서 잇따라 열렸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중고 명품 매입 서비스는 MZ세대가 선호해 젊은 층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유입시키는 효과도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MZ세대가 이런 서비스를 선호하는 것은 중고 제품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자리하고 있어서다.
한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비교적 적은 돈을 들여 유행하는 다양한 상품을 경험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중고를 선호하는 인식이 젊은 층에서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유보다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중고 거래를 하나의 놀이처럼 받아들이면서 필요 없어진 물건은 과감히 팔고 필요한 것은 중고라도 꺼리지 않고 소비한다. 이 때문에 'N차 신상'(여러 차례 거래된 중고 제품이지만 신상품과 다름없이 받아들여지는 트렌드)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MZ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친환경, 가치소비 문화도 중고 거래와 통하는 면이 있다고 유통업체들은 귀띔한다.
이런 변화를 일찌감치 감지한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9월 신촌점 유플렉스에 업계 최초로 중고품 전문관 '세컨드 부티크'를 열었다.
세컨드 부티크는 최근 주말 기준 하루에 700여명이 찾고 있다. 20대 고객은 10만원 이하의 의류를, 30∼40대는 명품과 시계를 각각 주로 찾는다고 한다.
미아점 1층에서는 중고명품 전문 매장 '럭스 어게인'도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6월 빈티지 의류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비바무역'과 함께 강남점과 센텀시티점에서 빈티지 의류 팝업을 열었다.
빈티지 상품은 가격대가 낮은데도 당시 일주일 정도의 짧은 팝업 기간 매출이 5억원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끈 것으로 알려졌다.
하남점에선 중고 명품을 전문 감정을 통해 매입해주는 '브랜드 나라' 매장도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벤처캐피탈 시그나이트파트너스는 지난해 1월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 대한 투자를 단행했고, 이후 SSG닷컴에서 번개장터의 프리미엄 스토어인 '브그즈트 컬렉션' 상품을 판매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협업해가고 있다.
올해 3월에는 번개장터가 운영하는 '브그즈트 랩'이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온라인 플랫폼 에스아이빌리지에 입점해 한정판 프리미엄 스니커즈를 선보이기도 했다.
신세계사이먼은 지난 8월 파주 프리미엄 아웃렛에 재고와 리퍼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전문 매장 '리씽크'를 입점시켰다.
롯데백화점도 지난해 10월 강남점에 패션 공유 플랫폼 '클로젯셰어'의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클로젯셰어는 당장 입지 않는 옷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고 수익을 내는 형태의 플랫폼으로 중고품도 판매하고 있다.
롯데는 또 지난해 8월에는 대구점에 중고품 매입 전문점 '럭스어게인'을 입점시켰고, 2021년에는 롯데쇼핑 차원에서 중고나라 지분 인수에도 참여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MZ를 중심으로 가치소비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중고품에 대한 수요도 함께 늘고 있다"며 "최근 고물가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당분간 중고 관련 서비스는 지속해서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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