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위드인] 출시 앞둔 국산 인디 '산나비'…"AI 시대에 메시지 던지는 작품"

입력 2023-11-04 11:00
[게임위드인] 출시 앞둔 국산 인디 '산나비'…"AI 시대에 메시지 던지는 작품"

'한국풍 사이버펑크' 액션 게임 만든 원더포션 유승현 대표 인터뷰





(성남=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2019년 다 같이 신촌의 카페에 모여 게임을 구상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참 멀리까지 왔네요"

인디 게임 '산나비' 개발사 원더포션의 유승현(29) 대표는 지난 2일 경기 성남시 네오위즈[095660] 사옥에서 진행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식 출시를 앞둔 소감을 묻자 이같이 말했다.

원더포션이 개발하고 네오위즈가 퍼블리싱을 맡은 '산나비'는 사이버펑크 풍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2D 액션 플랫포머 게임이다.

지난해 얼리 액세스(사전 발매)로 출시된 '산나비'는 '2022 대한민국 게임 대상'에서 인디게임 상을 수상했다. PC 게임 플랫폼 '스팀'에서는 리뷰어 95% 이상의 긍정 평가를 받아 '압도적으로 긍정적'으로 분류됐다.



◇ 학생 개발자 5명이 의기투합해 4년간 개발…펀딩 거쳐 출시까지

'산나비'를 만든 원더포션은 기획자인 유 대표를 포함해 총 다섯 명으로 구성된 소규모 팀이다.

유 대표는 "중학생 때부터 게임을 만들고 싶었는데, 막상 학업에 집중하다 보니 그럴 엄두를 내지 못했다"며 "전역 후 여러 게임잼(단기간에 게임을 만들어 출품하는 대회) 행사를 다니며 마음이 맞는 팀원들을 영입했다"고 회상했다.

'산나비' 제작 착수 당시 유 대표를 포함한 팀원들은 모두 대학생이었고, 상용 게임을 만들어 출시한 경험이 없는 초짜들이었다.

유 대표는 "팀을 꾸린 이상 뭐라도 만들어야 했고, '산나비' 개발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각자가 정말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2020년 네오위즈와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한 원더포션은 2021년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에서 제작비 후원을 받기 시작했다.

한 달간 진행된 모금에는 총 1천914명이 참가, 목표 모금액 500만원의 14배가량인 7천230만원이 모였다. 고액 후원자 일부는 게임 속 간판이나 조연 캐릭터를 디자인하는 데 참여했다.

유 대표는 "게임의 스토리나 아트, 콘셉트에 호기심을 갖고 초창기부터 열성적으로 관심을 가져 주는 팬들이 많았다"며 "팬들과 함께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었다고 본다"고 감사를 표했다.

이달 초 출시되는 '산나비' 정식 버전에는 게임 속 사건의 진상을 담은 엔딩이 추가될 예정이다.

유 대표는 "지나치게 길고 반복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공장 스테이지의 분량을 덜어냈고, 게임패드로 플레이할 시 조작성을 대폭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 '산나비' 속 사이버펑크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산나비' 제작진은 사이버펑크에 조선시대의 건축 양식과 복식, 한글과 한자로 된 간판을 결합해 독특한 한국풍 SF 세계관을 만들어냈다.

사이버펑크(cyberpunk)는 정보기술(IT)이 발달한 디스토피아적 미래 사회를 다루는 공상과학(SF)의 한 갈래다.

유 대표는 "영화 '블레이드 러너',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 같은 사이버펑크 작품을 좋아했다"며 "보통 사이버펑크는 일본이나 중국의 도시를 모티브로 하는데, 을지로나 종로 같은 서울의 구시가지에도 특유의 '사이버펑크' 분위기가 있어 게임의 모티브로 삼았다"고 말했다.

1980년대 전자 음악에서 모티브를 얻은 음악 장르인 '신스웨이브' 풍 사운드트랙도 일품이다.

유 대표는 "배경음악 대부분은 카자흐스탄 출신 작곡가 '인베이더 303'의 작품인데, '산나비' 데모를 보고 '내 음악을 쓰면 좋겠다'며 직접 연락해왔다. 팀 입장에서 정말 우연히 '귀인'을 만난 셈"이라고 말했다.

'산나비'는 팔에서 갈고리가 달린 쇠사슬을 발사해 벽에 걸고 날아다니듯 움직이는 주인공을 조작하면서 펼치는 속도감 넘치는 액션이 일품이다.

유 대표는 "어린 시절 즐긴 '웜즈'에 나오는 '닌자 로프'에서 영감을 받았다"며 "그 밖의 조작 방식은 '오리(Ori)' 시리즈에서, 전반적인 아트 스타일은 비슷한 사이버펑크 풍 게임인 '카타나 제로'의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초창기의 '산나비'는 '오리' 시리즈처럼 전투와 탐험 요소를 강조한 게임이었지만, 높은 개발 난이도 때문에 전투 요소의 비중을 줄이고 선형적인 레벨 디자인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그는 "정식 출시 후에도 게임을 다듬으며 무료 DLC(다운로드 가능 콘텐츠)를 통해 본편에서 미처 하지 못한 이야기를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 '끝까지 가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산나비'의 초반부 줄거리는 얼핏 보면 단순하다. 퇴역 군인인 주인공이 유일한 가족인 딸을 앗아간 정체불명의 존재 '산나비'의 행적을 좇아 초거대 재벌 '마고 그룹'이 소유한 도시 '마고 시'에 침투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스토리를 진행하다 보면 발견할 수 있는 이면에는 충격적인 반전, 가슴 아픈 이야기가 담겨 있다.

유 대표는 "기술로 인해 인간성이 대체된 시대에서, 그 인간성으로 인해 사람이 구원받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다"며 "요즘처럼 IT 기술이 발달한 시대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람을 흉내 내는, 때로는 사람보다 똑똑한 생성형 AI가 세간의 화제다.

인공지능 기술 발전의 '끝'에는 인간의 노동과 창의력이 고성능 AI에 대체되고, 소수의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가 다수의 삶을 지배할 거라는 비관적인 관측도 심심찮게 나온다.

그런 우리에게 '산나비'는 여러 차례 "끝까지 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야"라며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진다.

끝까지 가는 것보다 중요한 게 무엇인지는, 오는 9일 출시되는 '산나비' 정식 버전의 엔딩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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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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