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 DNA 돌연변이 일으켜 체내 항암 단백질 생성 막는다"

입력 2023-11-04 06:00
"흡연, DNA 돌연변이 일으켜 체내 항암 단백질 생성 막는다"

캐나다 연구팀 "흡연 유발 돌연변이가 암 억제 단백질 생성 막아"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흡연이 체내에서 DNA 돌연변이를 일으켜 암과 싸우는 단백질이 생성되는 것을 막아 암을 유발하고 암 치료를 더 어렵게 만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캐나다 온타리오 암연구소(OICR) 쥐리 레이먼드 교수팀은 4일 과학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서 18가지 암 유형의 종양 샘플 1만2천여 개에서 추출한 DNA를 분석, 항암 단백질 생성을 막는 돌연변이와 흡연 간 연관성을 확인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흡연이 특정 단백질이 완전히 생성되기 전에 생성이 중단되도록 지시하는 '스톱-게인 돌연변이'(SGM:stop-gain mutations)를 일으키며, 이런 돌연변이가 비정상적인 세포의 성장을 막는 단백질 유전자에 특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강력한 컴퓨터 분석 도구를 사용해 18가지 암 유형의 종양 샘플 1만2천341개에서 추출한 DNA를 분석해 단백질 유전정보에서 염기 하나가 바뀌는 단일염기치환(SBS)을 확인하고, 이에 흡연량이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분석 결과 폐암에서 나타나는 스톱-게인 돌연변이와 흡연이 일으키는 단일염기치환 사이에 강력한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난센스 돌연변이'(nonsense mutations)로도 불리는 스톱-게인 돌연변이는 정상적인 아미노산 생성 정보가 담긴 염기서열에서 염기 하나가 변해 단백질 정보 번역을 종료시키는 명령(TAG, TAA, TGA)으로 바뀌는 돌연변이다.

또 이런 유해한 돌연변이는 흡연량이 많을수록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궁극적으로 암을 더 복잡하고 치료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논문 제1 저자인 니나 애들러 연구원(박사과정)은 "흡연은 종양 억제 단백질 생성을 막는 변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종양 억제 단백질이 없으면 비정상적인 세포의 증식이 억제되지 않아 암이 더 쉽게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흡연이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이것이 분자 수준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밝혀내는 것은 우리 생활 방식이 암 위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레이먼드 교수는 "담배는 DNA에 많은 손상을 입히고 이는 세포 기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 연구는 흡연이 실제로 세포 구성 요소인 중요한 단백질을 어떻게 무력화시키고 장기적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 출처 : Science Advances, Nina Adler et al., 'Mutational processes of tobacco smoking and APOBEC activity generate protein-truncating mutations in cancer genomes', http://dx.doi.org/10.1126/sciadv.adh30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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