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 안경' 기시다의 감세 승부수…지지율·경기 부양? '글쎄'
여당서도 불만 나와…"감세 필요성 전달 안돼" "임기응변처럼 비쳐 손해"
日언론 "새 경제정책으로 실질 GDP 0.19%만 상승…감세보다 규제 개혁 필요"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새로운 경제대책 발표를 통해 감세 추진을 공식화했지만, '최저 수준 내각 지지율 반등'과 '경기 부양'이라는 효과를 끌어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현지 언론이 3일 진단했다.
일본 정부는 전날 고물가 대응을 골자로 하는 37조4천억엔(약 331조원) 규모의 '디플레이션 완전 탈피를 위한 종합 경제대책'을 결정했다.
일본 정부가 그간 목표로 삼아온 2% 이상의 물가 상승에 대응해 전기·가스 요금 보조금 지급을 연장하고 세수 증가분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한편, 임금 인상과 원활한 자금 순환으로 경제를 성장시키겠다는 것이 이번 정책의 목표로 분석된다.
기시다 총리는 감세와 관련해 내년 6월께 소득세와 주민세를 합해 1인당 4만엔(약 35만원)씩 세금을 줄여주겠다고 발표했다.
또 주민세를 내지 못하는 저소득층 세대에는 연말연시에 가구당 7만엔(약 62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기시다 총리는 대책 발표 기자회견에서 "경제를 성장 경로에 올려놓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오랫동안 지속된 디플레이션 탈피 여부를 좌우할 중요한 시점이기에 다양한 정책을 총동원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는 방위력 강화를 위한 증세 계획에도 감세 대책을 내놓은 이유에 대해 "정책에는 무엇보다 순서가 중요하다"며 경제 정책이 우선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증세를 자주 거론한다는 이유로 붙은 '증세 안경'이라는 별명과 관련해서는 "어떻게 불리더라도 해야 한다고 믿는 것은 하겠다"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요미우리 신문은 기시다 총리가 이번 회견에서 국민에게 감세 필요성을 명확히 호소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짚었다.
하지만 집권 자민당 내부에서조차 총리의 설명이 명확하지 않다는 견해가 여전히 존재하고, 부정적인 여론에도 감세를 밀어붙이는 기시다 총리를 향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기시다 총리가 지난달 26일 감세 정책 구체화를 지시한 직후인 같은 달 말에 각각 이뤄진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 민영 방송사 네트워크 ANN 여론조사에서 내각 지지율은 출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자민당 최대 파벌인 아베파 시오노야 류 좌장은 전날 모임에서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에게 (감세 필요성이) 전달되지 않는다"며 "지지율도 긴박한 상황에서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아마리 아키라 전 자민당 간사장도 지난 1일 "목표를 말하고 수단을 이야기해야 한다"며 "수단을 설명하는 데에 쫓기는 것처럼 보이고, 임기응변처럼 비쳐 손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기시다 총리가 가능하면 감세를 1년만 하겠다고 언급한 데 대해서도 자민당과 연립 여당 공명당 인사들이 실시 기간을 늘려야 한다고 요구하는 등 정권 구심력 저하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와 함께 감세를 포함한 경제대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한정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도쿄신문은 노무라종합연구소 분석을 인용해 이번에 공개된 경제대책으로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19% 정도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정부는 2020년에도 코로나19가 확산하자 1인당 10만엔(약 88만원)씩 지원금을 지급했지만, 돈을 저축하는 사람이 많아 정부가 기대한 만큼 소비가 진작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닛케이는 이날 사설에서 "고물가에 대응한 지원이라면 생활이 어려운 사람을 한정해 지원금을 주는 편이 즉각적인 효과가 있다"며 폭넓은 감세를 비판했다.
이어 "명목 GDP가 독일에 뒤져 세계 4위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경제 성장에 필요한 것은 일시적인 수요 확대가 아니다"라며 규제 개혁과 사회보장·재정 구조 개혁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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