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수도권 인구 비중 OECD 1위…저출산 문제의 원인"(종합)
대부분 청년층 이동 때문…수도권 증가인구의 79%가 15∼34세
22년간 청년 이동에 따른 '출산 손실' 약 1만명
비수도권 거점도시에 산업·인프라 집중해야…"메가서울 개념과 반대인지는…"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전국 각지 청년들이 수도권으로만 몰리는 현실이 우리나라 저출산과 성장잠재력 훼손의 중요한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기존 지역균형발전 정책들이 한계를 맞은 만큼, '선택과 집중'을 통해 비(非)수도권 몇 개 거점도시에 산업과 인프라(사회간접자본시설)를 몰아주는 전략이 수도권 인구 집중을 막는 데 가장 효과적이라는 게 한국은행의 처방이다.
◇ 국토 11.8% 수도권에 인구 50.6% 집중
한은 조사국 지역경제조사팀은 이런 내용을 담은 '지역 간 인구이동과 지역경제' 보고서를 2일 열린 지역경제 심포지엄에서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기준으로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이상(50.6%)이 국토에서 불과 11.8%를 차지하는 수도권에 모여 살고 있다.
한국의 수도권 비중은 2020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6개 나라 가운데 가장 크다.
하지만 인구 2∼4위 도시의 합산 인구 비중은 중하위권 수준으로, 세계적으로도 특히 수도권 한 지역에만 인구가 밀집된 이례적 상황이다.
◇ 수도권·비수도권 간 임금·고용률·의사수 격차 갈수록 커져
수도권 집중 현상은 지역 간 인구 자연 증감(출산-사망) 차이 때문이 아니라, 지역 간 이동(사회적 증감)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청년층(15∼34세)의 수도권 유입이 가장 큰 요인으로, 2015년 이후 2021년까지 수도권에서 순유입 등으로 늘어난 인구의 78.5%가 청년층이었다.
반대로 같은 기간 호남·대구경북·동남권 인구 감소의 각 87.8%, 77.2%, 75.3%가 청년 유출로 설명됐다.
정민수 한은 지역경제조사팀 차장은 "지역 간 기대소득 차이, 문화·의료 서비스 차이 등을 고려하면 청년층의 이동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2015년과 2021년의 수도권·비수도권 상황을 비교하면, 월평균 실질임금 격차는 34만에서 53만원으로 벌어졌고 고용률 차이도 3.8%포인트(p)에서 6.7%p로 커졌다. 1만명당 문화예술활동(0.77→0.86건)과 1천명당 의사 수(0.31→0.45명) 불균형도 심해졌다.
◇ 수도권 인구밀도 높아지자…경쟁 심화로 출산 늦춰
이처럼 청년층이 수도권으로만 몰리는 현상은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의 원인으로도 지목됐다.
청년이 빠져나간 지역의 출산이 급감했지만, 수도권의 출산 증가가 이를 상쇄하지 못하면서 전국 출산이 줄어든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인구밀도가 높을수록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출산을 늦추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1년부터 누적된 비수도권 청년층 유출로 2021년 중 줄어든 출생아 수(3만1천명)보다 수도권 청년층 유입 결과 늘어난 출생아 수(2만5천명)가 적어 결국 6천명의 '출산 손실'이 발생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아울러 서울 등의 인구밀도 상승에 따른 추가적 전국 출산 손실(4천800명)까지 더하면 22년간 총 출산 손실 규모는 1만8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 "거점도시 전략 성공하면 2053년 수도권 인구비중 절반 아래로"
한은은 보고서에서 "역대 정부는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했다"면서도 "비수도권 대도시의 쇠퇴가 지속되면서 이들 정책이 한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대안으로는 비수도권 거점도시 위주의 성장 전략이 제시됐다.
주요 SOC(사회간접자본), 문화·의료 시설, 공공기관 이전 등을 거점도시에 집중해 산업 규모와 도시 경쟁력을 키워야 수도권 팽창을 막을 수 있다는 진단이다.
한은은 그 근거로 대도시보다 도(道) 지역에서 수도권 이동 성향이 훨씬 강한 점, 인구감소 시대에 비수도권 중소도시가 고성장하기 어려운 현실 등을 들었다.
해외 사례에서도 OECD 국가의 거점도시권(2∼4위 도시) 인구가 수도권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클수록 수도권 집중 현상이 덜했고, 일본의 경우 2010년 이후 도쿄권 이외 10대 도시로 순유입이 증가하자 도쿄권 인구 유입이 감소했다.
한은 시뮬레이션(모의실험) 결과, 거점도시로 이동이 크게 늘면 현재 50.6%인 수도권 인구 비중이 30년 후 2053년에는 절반 아래인 49.2%까지 떨어지고, 거점도시로 이동이 급증하는 시나리오는 거점도시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규모가 현재의 10% 수준으로 줄고, 거점도시를 제외한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규모의 절반이 거점도시 이동으로 대체되는 경우다.
하지만 만약 현재 이동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53년 수도권 인구 비중은 53.1%까지 더 늘었다.
더구나 거점도시 전략이 성공한 이 시나리오에서는 30년간 전국 인구도 50만명 정도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됐다.
비수도권 거점 도시 육성 전략이 여당의 '메가시티 서울' 구상(김포시 서울 편입 등)과 반대 방향 아니냐'는 질문에 정 차장은 "메가서울 개념과는 별개로 진행된 연구로, 반대인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말하기 애매하다"고 답했다.
후보 거점 도시를 특정해달라는 요청에 대해서도 "연구 목적이 비수도권 대도시 위주로 거점도시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정책 방향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거점도시가 어디가 돼야 한다고 지정하려는 의도는 없다"고 밝혔다.
토론자로 나선 문윤상 KDI(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과거 '형평성 중심' 지역균형발전 정책의 문제를 지적했다.
문 위원은 "혁신도시에서도 2017년부터 수도권으로 인구 순유출이 나타나고 있다"며 "경제자유구역, 규제자유특구 등 전국적으로 300여개 이상 특구가 지정됐는데, 효율성보다는 형평성이 강조되면서 효과가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shk99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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