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에서 소주·맥주까지 줄줄이 인상…서민부담 커진다

입력 2023-10-31 17:32
우유에서 소주·맥주까지 줄줄이 인상…서민부담 커진다

정부 가격 인상 자제했지만…"개별품목 통제는 바람직하지 않아"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신선미 기자 = 우유에 이어 햄버거와 소주, 맥주까지 가격이 잇따라 오르면서 먹거리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식품·외식업체에 물가 안정에 협조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으나 재룟값과 에너지비용, 물류비 등 원가 상승 여파로 가격 인상이 잇따르고 있다.

◇ 우유·버거에 이어 소주·맥주 가격 올라

31일 하이트진로는 다음 달 9일부터 참이슬 등 소주 출고가를 7% 올리고 테라, 켈리 등 맥주 출고가를 평균 6.8% 인상한다고 밝혔다.

하이트진로는 이달 초만 해도 확정된 인상 계획이 없다고 밝혔으나 결국 한 달도 되지 않아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

업계에서는 하이트진로의 소주, 맥주 가격 인상이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보고 있다.

올해 소주 원료인 주정(에탄올) 값은 10.6% 올랐고 병 가격은 21.6% 뛰었다. 맥주 제조에 들어가는 맥아의 국제 시세 역시 상승했다.

오비맥주도 재룟값과 물류비 상승 등을 이유로 이달 11일부터 카스, 한맥 등 주요 맥주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6.9% 인상한 바 있다.

소주·맥주 출고가 인상은 음식점 판매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모임이 많은 연말을 앞두고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강남권에서는 소주나 맥주를 7천원에 판매하는 음식점도 있다.



외식업계에서도 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있다.

맘스터치는 이날부터 닭가슴살 버거 4종의 가격을 올렸고, 맥도날드는 다음 달 2일부터 빅맥 등 13개 메뉴 가격을 평균 3.7% 인상한다.

맘스터치와 맥도날드 역시 원가 부담이 커지며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원재료와 인건비, 각종 공공요금이 오른 것을 감내해왔지만 한계에 이르는 상황"이라면서 "가격을 올리는 업체가 더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장 적자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어서 더는 물가 안정 노력에 동참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서울의 자장면 한 그릇 가격은 지난 달 7천69원으로, 1년 전(6천300원)보다 12.2% 뛰었다.

김치찌개 백반은 7천846원으로 6.2% 올랐고, 삼계탕 가격은 1만6천846원으로 9.0% 상승했다.

공깃밥 가격을 2천원으로 올린 식당이 늘었고, 겨울철 길거리 간식인 붕어빵은 1개에 1천원 수준이 됐다.

이에 앞서 이달 1일부터는 원유(原乳) 가격 인상 여파로 유제품 가격이 일제히 올라, 흰 우유 제품 가격이 편의점에서 900㎖ 기준으로 3천원을 넘었다.

일부 농축산물 가격도 1년 전보다 높은 상황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닭고기 소매가격은 1㎏에 6천117원으로 작년 동기(5천526원)와 비교해 10.7% 올랐다.

식품 업계에 이어 화장품 업계도 가격 인상에 나섰다.

LG생활건강은 다음 달 1일부터 일부 품목의 가격을 평균 4∼5% 인상하고, 로레알도 가격을 평균 5% 인상한다.



◇ 고물가로 소비위축 우려…"외식비 지출 줄일 수도"

원자재 가격 상승의 여파가 미치는 데다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으로 수입 물가가 높아지는 가운데 식품 등 물가는 지속적으로 오름세다.

게다가 통화정책 때문에 고물가가 잡히지 않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를 올리지 못 하고 있어 물가에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물가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보니 정부가 가격 인상 자제를 거듭 요구하는 것을 놓고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지난주 농림축산식품부는 외식업계 간담회에서 "전사적인 원가절감을 통해 가격 인상 요인을 최대한 자체 흡수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개별 기업의 가격 결정을 정부가 통제하는 게 맞나"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한 관계자는 "'관치'가 아닌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업계 안팎에선 전세계적인 고물가 현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가격을 인위적으로 누르다 보면 내년에 한 번에 큰 폭으로 오를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가격을 올려야 할 상황이지만 정부가 올리지 말라고 하니 지금은 최대한 감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성태윤 교수는 "정부가 독점력을 가진 기업을 어느 정도 제어하는 것은 생각할 수 있지만 개별 품목을 직접 통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자원배분이 왜곡돼서 오히려 물가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가 인상으로 인한 소비 위축도 우려할만한 일이다. 물가가 오르면 구매력이 감소하므로 소비가 위축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성태윤 교수는 "다른 경제지표는 개선돼도 소비는 개선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교통 같은 필수재는 어쩔 수 없지만 반드시 소비하지 않아도 되는 건 소비가 줄 수 있다"면서 "외식비가 너무 올라서 외식비 지출을 줄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기업이 가격을 인상하지 않고 그 부담을 납품 기업에 전가할 경우 중소기업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며 "올해를 넘어 내년 상반기까지도 고물가 상황에서 벗어나긴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ykim@yna.co.kr, 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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