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사장 "전기차 가치 실현은 SW…제네시스에 지지않겠다"
재팬모빌리티쇼서 韓기자들과 만나…"도요타 내 기술력 견인 역할"
(도쿄=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렉서스는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고급화를 목적으로 1989년 출시한 프리미엄 브랜드다.
렉서스는 대중차 브랜드에서 분리돼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 잡은 가장 성공적 사례로 꼽힌다.
또 지난 2015년 당시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현 회장)의 주도로 탄생한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와도 궤를 같이한다.
특히 전동화 전환을 맞아 기술력 격차는 고급차 경쟁에서 더 두드러질 수 있는데 이러한 면에서 렉서스와 제네시스는 가장 큰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완전 전동화 예상 시점은 제네시스가 앞서 있다. 제네시스는 2025년 이후 모든 신차를 전기차로 출시할 예정이지만 렉서스는 2030년 모든 차종에 전기차 모델을 도입할 계획이다.
지난 25일 '2023 재팬모빌리티쇼'가 열린 일본 도쿄 빅사이트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난 와타나베 다카시 렉서스 인터내셔널 사장은 "전기차의 진정한 가치는 차에 대한 상상을 실제로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이 실현의 계기는 소프트웨어라고 생각하고, 그런 면에서 제네시스에 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렉서스를 포함한 도요타는 각국 상황에 맞는 탄소중립을 위해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수소연료전지차, 전기차를 모두 제공하는 '멀티 패스웨이' 전동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완성차업체들이 전기차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면서 도요타는 전동화 전환에 늦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를 의식하듯 렉서스는 재팬모빌리티쇼에서 항속거리 800㎞의 전기 세단 콘셉트카 'LF-ZC'를 선보이며 전동화 의지를 강조했다.
와타나베 사장은 전동화에 있어 렉서스의 역할을 묻는 말에 "'멀티 패스웨이' 전략을 택한 도요타 안에서 각각의 브랜드들은 역할을 정해 전동화를 진행 중"이라며 "이중 렉서스는 기술력을 견인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기차 시대에서 렉서스만의 경쟁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주행력과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와타나베 사장은 "전기차에서도 프리미엄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 브랜드만이 제공할 수 있는 가치가 있어야 한다"며 "렉서스는 주행과 소프트웨어 등 두 가지 측면에서 전동화 기술을 중점적으로 표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차는 토크 반응과 구동력이 내연기관차보다 뛰어나다"며 "이런 점을 강화하면 렉서스다운 주행감은 더욱 좋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디자인하는지에 따라 다양한 가치를 창조할 수 있다"며 "운전하는 사람과 주변을 감지하는 기술과 전동화를 융합해 고객의 니즈에 맞는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다면 전기차가 가진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렉서스는 미국 테슬라가 처음 도입한 '기가 캐스팅' 공법을 도입해 제조과정을 혁신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기가 캐스팅이란 하나의 금속판을 주물(틀)에 넣고 높은 온도와 강한 압력을 이용해 차체를 만드는 공법을 말한다. 이 방식은 부품 수와 비용을 줄일 수 있을뿐더러 차 무게를 줄여 전비와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와타나베 사장은 "자동차 구조를 프런트(전면), 리어(후면), 센터 등 3개로 나누고 이를 모듈화하면 보다 심플한 전기차 플랫폼을 만들 수 있다"며 "기가 캐스팅의 가장 큰 장점은 자동차를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인데 이를 LF-ZC부터 도입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렉서스를 포함한 도요타가 LG에너지솔루션과 연간 2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한 것에 대해선 "배터리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가 전기차 보급의 관건"이라며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배터리 기술을 성장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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