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별' 달고 유엔 간 이스라엘 대사…홀로코스트 단체는 비판(종합)

입력 2023-10-31 18:16
'노란별' 달고 유엔 간 이스라엘 대사…홀로코스트 단체는 비판(종합)

과거 나치가 유대인에 강제한 표식…"여러분이 하마스 규탄할 때까지 달 것"

예루살렘 홀로코스트 박물관장 "무력함의 상징, 망신스러워"



(서울·이스탄불=연합뉴스) 김정은 김동호 기자 = 길라드 에르단 주유엔 이스라엘 대사가 30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에 참석하면서 재킷에 노란색 별을 달고 나타났다.

과거 나치 독일이 유대인을 상징하는 표식인 '다윗의 별'을 유대인에게 달도록 강제했던 점을 상기시키며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만행을 규탄하려고 한 것인데, 오히려 국제사회와 유대인 사회 일각에서는 이 행동을 두고 비판이 제기됐다.

dpa,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에르단 대사와 그의 직원들은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회의에 상의 옷깃에 "다시는 안된다(Never Again)"라는 문구가 적힌 노란색 다윗의 별을 달고 참석했다.

에르단 대사는 지금부터 자신과 직원들은 그의 조부모, 수백만 유대인의 조부모들처럼 노란색 별을 달 것이라면서 "우리는 여러분이 하마스의 잔학행위를 규탄하고 즉각적인 인질 석방을 요구할 때까지 이 별을 달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안보리 긴급회의에 앞서 지난 27일 열린 유엔 긴급 총회에서는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 접근을 위해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이 결의안에는 지난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규탄하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요르단이 주도한 이번 결의안에는 '민간인의 안전을 보장하고, 조건 없이 석방해야 한다'는 표현이 들어갔지만, 인질을 붙잡은 주체가 하마스라는 표현은 사용되지 않았다.



에르단 대사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전을 1944년 6월 6일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비유하며 안보리를 조롱하기도 했다.

에르단 대사는 만약 유엔 안보리가 1944년 6월 6일 존재했더라면 아마 독일 뮌헨의 시민들에게 전기와 연료가 아직 얼마나 남아있는지를 두고 열띤 토론을 벌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연합군이 독일이 점령하고 있던 프랑스 노르망디 해안에서 개시한 사상 최대 규모의 상륙작전으로, 프랑스 수복과 유럽 대륙 탈환의 교두보를 마련한 것은 물론 궁극적으로 나치군을 패배로 몰아넣는 반환점이 됐다.

뮌헨은 과거 나치 본부가 있던 곳으로 아돌프 히틀러가 '나치 운동의 수도'라고 불렀던 곳이다.

에르단 대사는 또 하마스의 기습 공격과 이스라엘 민간인 살해로 촉발된 이번 전쟁에서 양측의 사망자 수를 비교하는 것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과 영국 측 희생자를 비교하는 것만큼이나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이스라엘 '성지' 예루살렘에 위치한 야드 바솀 홀로코스트 박물관의 다니 다얀 관장은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성명을 내고 "이는 이스라엘은 물론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을 망신스럽게 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다얀 관장은 "노란별은 유대인의 무력함, 그리고 다른 이들에게 자비에 좌우 받는 존재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제 독립된 국가와 강한 군을 갖고 있다"며 "우리는 우리 운명의 주인이며, 우리는 노란별이 아닌 파란색과 흰색의 깃발을 옷깃에 달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je@yna.co.kr,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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