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작회의 챙기는 시진핑…中금융 컨트롤 타워 된 공산당

입력 2023-10-31 15:49
금융공작회의 챙기는 시진핑…中금융 컨트롤 타워 된 공산당

당 금융공작위원회가 지휘탑…급증한 中 지방부채에 당 차원 해법 모색

中 '좌클릭' 정책 심화에 외국인 대중국 투자는 썰물처럼 빠져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31일 금융공작회의를 직접 챙기고 나서면서 중국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5차 회의(2017년)에 이어 이번 6차 회의도 시 주석이 직접 주재하면서 61조달러(약 1경1천255조원) 규모의 중국 금융 운용과 관련해 큰 폭의 정책 변화를 예상하는 시각이 많다.

이미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아닌 공산당이 중국 금융 분야의 컨트롤 타워가 됐다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중국 경제의 큰 걸림돌이라고 할 지방부채 문제도 공산당 차원에서 해결책이 모색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공산당의 '만기친람'…中 금융리스크 관리 사령탑으로

1997년 시작돼 5년 주기로 열려온 중국 금융공작회의는 금융산업의 리스크를 점검하고 중장기 목표를 설정하는 자리다. 금융 각 분야 경영자들과 인민은행 등 규제 당국 고위급 인사들이 참석한다.

아시아 금융위기 때인 1차회의(1997년) 때는 금융감독기구 설립이 결정됐다. 2차 회의(2002년) 땐 4대 국유은행의 상장과 은행업관리감독위원회 설치, 3차 회의(2007년) 땐 농업은행 구조조정, 4차 회의(2012년)에선 지방정부 부채 리스크 관리와 은행 금리 자유화가 의결했다.

이때까지는 총리의 지휘로, 국무원 산하 인민은행이 금융 리스크를 관리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시 주석이 회의에 참석했던 5차 회의(2017년) 때부터 양상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중국 금융 분야에 대한 공산당의 지도가 강화됐고, 금융안정발전위원회도 설립됐다.

그리고 나선 작년 10월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회의(당 대회)로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이 성사됐고, 이어 올해 3월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선 공산당 내에 금융공작위원회가 만들어졌다. 이 위원회는 은행과 보험, 증권 분야에 대한 감독 기능은 물론 인민은행도 감독하는 권한을 부여받았다.

이런 변화에 이어 현재 중국 당국은 1982년 12월 제정된 '국무원조직법'의 전면 개정을 추진 중이다. 집단지도체제 속에서 총리가 지휘하는 국무원은 공산당으로부터 사실상 독립된 행정부 기능을 했지만, 제20차 당대회로 시진핑 1인체제가 구축된 이후 국무원을 공산당 지휘 감독을 받는 국가기구로 되돌리는 것이 전면 개정안의 골자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은 6차 금융공작회의에 직접 참석해 회의를 주재했다.

블룸버그는 "마오쩌둥 이후 가장 강력한 지도자인 시 주석은 금융 분야에 대해 공산당의 '중앙집권적, 통일적' 지도력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면서 "금융 분야에 대한 감시 강화를 다른 모든 정책 목표보다 우선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 中, 부동산發 금융위기 속 '눈덩이' 지방부채 해결에 전력

금융 분야까지 시 주석이 챙기는 걸 두고 중국이 그 이전보다 사회주의에 더 경도된 중국특색사회주의의 길로 갈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더 '좌클릭'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와 관련, 중국 당국은 미국과 평화로운 관계 속에서 구가했던 개혁개방 30년이 지나고 미국과의 갈등과 대립이 고조되는 상황에선 공산당의 통일적 지도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헝다(恒大·에버그란데)와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의 채무불이행(디폴트) 등을 주축으로 부동산 시장 위기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하고, 금융 위기로까지 치닫는 상황이 중국을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어 공산당의 지도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본다.

성쑹청 전 인민은행 조사통계사장(국장)은 6차 금융공작회의에서 "모든 재정 사업에 대한 공산당 중앙위원회의 영도가 중요하게 다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에선 공산당이 지방부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주목하고 있다.

지방의 자금 조달용 특수법인인 'LGFV'(local government financing vehicles) 부실과 부동산 개발 수요 위축에 따른 토지 판매 수익 급감으로 쌓여온 지방정부의 부채가 이미 감당할 수준을 넘어 디폴트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공산당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를 지켜보는 것이다.

중국 재정부는 지난 4월 말 채무 잔액이 37조 위안(약 6천644조원)이라고 밝혔으나, 월가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LGFV 부채를 포함해 지방정부 총부채가 약 23조 달러(약 3경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당국은 더는 부동산 개발 투자를 통해서가 아닌 인프라 투자 등으로 경제 활성화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감추지 않고 있다.

실제 중국 당국은 올해 4분기와 내년 1분기에 절반씩 나눠 1조위안(약 184조원)의 국채를 발행해 지방정부가 쓸 수 있도록 했다. 지난달 24일 전인대 상무위원회 6차회의에서다.

중국 당국은 이 돈을 자연재해로 인한 복구·재건, 홍수 통제·관리 프로젝트, 관개 시설 건설·개조 등 8개 분야 등 인프라 건설과 민생 용도로 쓰도록 사용처를 정했다.

◇ '좌클릭'하는 中 금융…외국 투자 기피 대상 되나

이런 가운데 중국 당국의 이 같은 금융정책 좌클릭이 외국의 대(對)중국 투자를 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근래 중국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기록적인 속도로 돈을 빼내고 있으며 골드만삭스 등은 중국 내 확장 계획을 축소했다고 전했다.



영국 더 타임스와 대만 중앙통신사(CNA)도 시장조사 기관 윈드가 분석한 중국 상무부 자료를 인용해 9월 중국에 유입된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728억 위안(약 13조4천억원)으로, 작년 동월 대비 34% 줄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월간 기준으로 2014년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올해 1∼9월 중국의 누적 FDI는 9천199억7천만 위안(약 169조2천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4% 감소했다.

이 같은 외국인 투자 감소는 중국 경제정책의 좌경화와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위안화 하락과 미중 간 금리차 확대 속에서 첨단반도체와 동력 배터리 등을 둘러싼 미중 갈등, 간첩법 개정 등을 통해 드러난 중국의 개방 의지에 대한 의구심 등도 외국인의 투자 발길을 돌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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