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롤러코스터는 왜 갑자기 뒤로 갔을까…"부동산 위기 속 방치?"
싱가포르 매체 "활황에 레저업 뛰어든 中 부동산업체들 잇따라 고전"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최근 중국 남부 광둥성 선전의 한 놀이공원에서 발생한 롤러코스터 추돌 사고가 운영사인 부동산업체의 부실한 관리 때문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중국 부동산업계의 전반적인 상황 악화로 방치된 관광지가 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31일 싱가포르 연합조보 등 중화권 매체들에 따르면 지난 27일 대형 부동산업체인 화차오청(OCT) 소유 놀이공원 선전 환러구(歡樂谷)에선 롤러코스터가 꼭대기 부근에서 갑자기 뒤로 미끄러지면서 뒤따라오던 열차와 부딪친 사건이 있었다.
애초 승객 8명이 다친 것으로 보도됐으나 현재까지 파악된 부상자 숫자는 총 28명으로 늘었다.
사고 원인은 조사 중이지만, 중국 매체들은 이 롤러코스터가 고장을 일으킨 일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보도하고 있다.
롤러코스터 수명이 일반적으로 10년인데 반해 환러구는 이미 11년 동안 사고 열차를 '현역'으로 운영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놀이공원 소유주인 OCT의 최근 사정도 좋지 않다. 사고 당일 발표된 OCT의 3분기 실적 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는 올해 1∼3분기 총 33억4천700만위안(약 6천20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고,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60% 감소했다.
OCT 측은 큰 폭의 이윤 감소가 부동산 프로젝트 판매 부진과 그룹 관계사 손실 때문이라는 설명을 내놨다.
중국 최대의 레저 부동산기업으로 꼽히는 OCT는 관광업과 부동산업이 양대 사업 축이다.
OCT는 그간 부동산 활황 속에 몸집을 불려왔으나 코로나19로 인한 관광 봉쇄와 부동산 대출 긴축 등으로 인해 지난해 15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 작년 손실액은 모두 109억위안(약 2조원)에 달한다.
올해 들어선 관광 부문 매출은 3분기까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동기 대비 148% 수준으로 회복했지만, 부동산 부문 손실은 관광 부문의 수익을 훌쩍 뛰어넘었다.
연합조보는 이런 문제가 OCT만의 현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중국 부동산업계가 침체에 빠진 2021년 이전에는 OCT 외에도 완다(萬達), 헝다(恒大·에버그란데), 수낙 차이나(Sunac China·融創中國) 등 내로라하는 대형 부동산업체들이 모두 레저 분야에 뛰어들었고, 호텔과 놀이공원, 문화마을 등이 중국 곳곳에 들어섰다.
중국 여행업체 즈후이그룹의 설립자 류자오후이 회장은 작년 7월 헝다와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 수낙, 바오넝(寶能) 등 60여개 부동산업체가 앞다퉈 레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문제는 이 사업들이 성공한 경우가 드물다는 점이다. 류 회장은 "콘텐츠 지적재산(IP)을 사고, 팀을 꾸리고, 스토리를 만들고, 모의 운영을 해봐야 하는데 (부동산기업들의) 머릿속엔 기본적으로 아직 어떻게 집을 팔지에 관한 생각만 있었다"고 지적했다.
결국 부동산기업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 제대로 운영도 못한 레저 자산은 매각할 수밖에 없다. 카이사그룹은 놀이공원을 시부신탁에 넘겼고, 젠예그룹은 영화마을과 드라마시티를 허난성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에 팔았다. 수낙 역시 선전 레저마을을 국유기업에 넘겼다.
연합조보는 이런 현실이 레저 시설을 떠맡은 신탁회사나 국유 부문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중국 부동산 위기 중심에 있는 헝다의 경우 2017년 "세계 정상급 테마파크를 만들고, 5년 안에 중국 15개 도시에 '헝다 어린이 월드' 건설을 시작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지금도 중국 각지에서 '건설 중'인 헝다의 레저 프로젝트는 모두 17개로, 자금난 속에 모두 공사 중단 상태다. 헝다의 프로젝트 대상 지역이 재정이 열악한 소도시인 경우가 많다는 점도 우려를 낳는다.
연합조보는 "부동산업계가 고성장하던 시기에 지방정부로선 기업의 수억위안 규모 투자와 잠재적인 관광업 활성화 전망에 마음이 동하지 않을 수 없었겠지만, 이제는 지방정부가 걱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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