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경우 150달러" 경고에도 국제유가, 3주 만에 최저
이·팔 전쟁 시작 전보다 낮아…'확전 가능성 적다' 심리 우세
미 국채금리도 상승세 주춤…금 가격도 2천 달러 아래로
(서울=연합뉴스) 주종국 기자 = 전쟁 중인 이스라엘이 인질 협상을 돕기 위해 폭격을 제한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압력이 커지면서 국제유가가 하락해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 시작 전 수준 밑으로 떨어졌다.
야후 파이낸스와 로이터 등의 매체에 따르면 30일(이하 현지시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3.78% 하락한 배럴당 82.6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종가는 3주 만의 최저치로,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침공하기 전날인 10월 6일의 배럴당 82.79달러보다 낮은 수준이다.
브렌트유는 87.45달러에 마감했다.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에 대한 지상 공격은 일부 투자자들의 예상보다 심하지 않았으며, 따라서 공격 직후 상승했던 리스크 프리미엄은 사라졌다.
시티 인덱스의 시장 분석가 파와드 라자크자다는 "WTI가 지난주 금요일 최저치 아래로 내려가자 매도가 가속화됐다"면서 "하지만 지정학적 위험과 'OPEC플러스'(OPEC+) 국가들의 공급 감소 가능성이 있는 데다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지지선도 있어 유가가 82달러 아래로 떨어지면 반등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유 선물 거래 시작 전 이란과 미국 정부는 각각 이번 분쟁이 여전히 확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움직임이 "모든 사람이 대응조치를 취하도록 강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제이크 설리번도 "확전 위험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함께 OPEC+ 동맹을 이끄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중국의 제조업 지수 약세로 아시아지역 수요가 부진하다는 점을 시사하자 6개월 만에 처음으로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원유 판매가격 인상을 자제할 수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세계은행(IBRD)은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이 다른 중동지역으로 확산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으나 이날 원유시장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스라엘의 지상전이 다른 국가의 전쟁 개입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가 크지 않은 셈이다.
세계은행은 앞서 30일 발표한 '원자재 시장 전망'에서 이번 전쟁이 최악의 시나리오로 전개될 경우 제1차 석유파동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져 세계 석유 공급량이 하루 600만∼800만 배럴 줄고 유가는 배럴당 140∼157달러까지 갈 것으로 봤다.
가파르게 오르던 미국 국채 금리는 상승세가 주춤했다.
미국 재무부의 4분기 차입금이 3분기보다 760억 달러 줄어들 것이라고 밝히면서 장기국채 금리 상승세는 둔화했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4.1bp(1bp=0.01%포인트) 상승한 연 4.886%로 장을 마쳤다. 이 금리는 장 초반 4.922%까지 올랐다가 내려왔다. 지난주에는 16년 만에 최고치인 5.021%를 기록한 바 있다.
2년 만기 채권 금리는 2.5bp 상승한 연 5.037%를 기록했다.
미 재무부는 4분기에 7천760억 달러를 차입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3분기 8천520억 달러에서 줄어든 것이다.
제퍼리스LLC의 톰 사이먼스 이코노미스트는 "차입금이 예상치보다 많지 않아 시장에 약간의 안도감을 주고 있다"면서 "이제 우리는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최근 국채금리 상승으로 인한 연준의 금리 인상 필요성이 감소했는지를 주시하고 있다.
시장은 오는 12월 연준이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확률을 24.5%로 보고 있다,
지난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전 시작으로 온스당 2천달러를 돌파했던 국제 금 가격은 다시 2천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런던 시장에서 오후 2시 59분 현재 금 현물 가격은 0.5% 하락한 온스당 1천997.32달러를 기록했다.
satw@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