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서 "기억없다" 고수하는 FTX창업자…최대 장애물은 본인 SNS
美검찰, 무죄 주장하는 뱅크먼-프리드에 과거 SNS 발언 제시하며 반박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고객 자금 수십억 달러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지만 무죄를 주장하는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가 과거 엑스(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한 공개 발언 탓에 발목이 잡히는 분위기다.
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미국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에서 속개된 공판에서 뱅크먼-프리드는 "고객들에게 자금을 안전하게 보호한다고 약속하지 않았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구체적으로 그런 약속을 했다는 기억은 없다"고 답했다.
그러자 검찰은 법정에 뱅크먼-프리드의 과거 트윗을 공개하면서 반박했다.
"언제나처럼 우리 고객들의 자금과 그 안전이 최우선입니다"는 이 트윗은 뱅크먼-프리드의 법정 주장과 정반대의 내용이다.
고객 자금 수십억 달러를 빼돌려 계열사 지원이나 호화생활 유지를 위해 사용했다는 혐의를 받는 뱅크먼-프리드는 재판에서 '실수는 있지만 불법이나 고의가 아니기 때문에 무죄'라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이날 '고객 자금의 안전을 약속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친 것도 FTX 위험관리 실패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검찰은 뱅크먼-프리드가 FTX 파산 사태 이후 "윤리라는 개념은 각성한 서구인이 남들의 눈을 의식해 사용하는 바보 같은 규칙"이라고 한 언론인에게 개인 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는 '고객들이 맡긴 자금을 관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가상화폐 업계의 돌발사태라는 외부 요인으로 회사가 무너졌다'는 논리를 고수하는 뱅크먼-프리드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증거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뱅크먼-프리드의 과거 트윗과 언론 인터뷰가 현재 본인이 재판 발언을 반박하는 증거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날 FTX 파산 이후 언론 인터뷰 내용에 대해 대부분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했다.
인터넷 뱅킹을 이용한 사기, 돈세탁, 불법 선거자금 공여 등의 혐의로 기소된 뱅크먼-프리드에게 유죄 평결이 내려진다면 100년 이상의 징역형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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