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니 伊총리, 총리 직선제 개헌 추진 "제3공화국 시대 열 것"
11월 3일 내각 회의에서 총리 직선제 개헌안 논의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 정부가 국민 직접 선거로 총리를 선출하는 총리 직선제 개헌을 추진한다.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에 따르면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29일(현지시간) 총리 직선제 개헌이 제3공화국 시대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멜로니 총리는 "우리는 (정권) 교체의 민주주의를 공고히 하고, 이탈리아를 제3공화국으로 이끌 역사적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마리아 엘리사베타 카셀라티 제도개혁 담당 장관은 오는 11월 3일 내각 회의에서 총리 직선제 개헌안이 다뤄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의원내각제 국가인 이탈리아는 총선 후 각 정당이 연정을 구성해 과반 의석을 확보한 뒤 대통령에게 총리 후보자를 추천한다.
총리 후보자가 반드시 선거 운동 기간 각 정당이 총리 후보로 내세운 정치인 중 한 명일 필요는 없다.
총리 직선제는 이처럼 의회가 총리를 뽑는 간선제를 국민들의 직접 선거로 총리를 뽑는 직선제로 바꾸자는 것이다.
멜로니 총리는 이탈리아의 고질적인 정치적 불안정을 타개하려면 정치 제도 개혁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파시스트 통치를 경험한 이탈리아는 1948년 헌법을 통해 베니토 무솔리니 같은 독재자의 출현을 막기 위해 무수히 많은 견제와 균형 장치를 도입했다.
이탈리아는 상원과 하원이 동등한 권한을 갖고 있고, 정당 및 정치 그룹은 합종연횡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정당이 난립하다 보니 한 개 정당이 의회 과반을 점하기 쉽지 않다. 결국 여러 정당이 연합해 정부를 구성해야 했고, 내분과 갈등으로 연정이 무너지는 경우가 흔했다.
이탈리아 내각의 평균 수명은 1년 2개월에 불과하다. 멜로니 내각은 1946년 이탈리아 공화국 수립 이래 68번째 내각이다. 이 같은 정치적 난맥상은 이탈리아의 국제적 신뢰도 하락과 개혁의 좌초로 이어졌다.
멜로니 총리는 총리 직선제 개헌을 통해 이탈리아가 국민이 선택한 지도자에 의해 통치되고, 행정부가 더욱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탈리아는 1992년 시작된 대대적인 부정부패 수사인 '마니 풀리테'(Mani Pulite·깨끗한 손)의 직격탄을 맞아 기존의 정치 질서가 와해한 것을 기준으로 그 이전을 제1공화국, 그 이후를 제2공화국으로 분류한다.
총리 직선제 개헌안이 내각에서 승인되더라도 실제 관철될지는 미지수다.
개헌을 위해서는 상원과 하원 모두에서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한다.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우파 연합은 상·하원에서 모두 과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3분의 2에는 미치지 못한다. 이럴 경우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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