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고비 넘었지만 합병 산넘어산…화물사업 팔고 美日문턱 넘을까(종합)
LCC 대상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 쉽지않아…미·일, 경쟁내세워 제동 가능성
대한항공, 국내 독점 우려도 해소해야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이승연 기자 = 지난달 30일에 이어 2일 열린 아시아나항공[020560] 이사회에서 화물사업 매각안이 가결되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이 한고비를 넘겼다.
대한항공은 가결 직후 '합병 후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분리 매각'이 포함된 시정조치 안을 유럽연합(EU) 경쟁 당국에 제출했다. 하지만 화물사업을 살 기업을 찾기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여기에 남은 미국과 일본 경쟁 당국도 까다로운 경쟁 요건을 내세워 제동을 걸 가능성이 있어 최종 합병까지는 험난한 여정이 전망된다.
◇ 항공화물시장 침체에 화물사업 인수기업 찾기 어려워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화물사업 분리 매각안을 승인하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주체인 대한항공은 한숨을 돌렸지만, 최종 합병까지는 첩첩산중이다.
먼저 대한항공은 이날 이사회 가결 직후 EU 집행위원회의 조건부 합병 승인을 목표로 '기업결합을 한 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매각을 추진한다'는 내용의 시정조치안을 제출했다.
시정조치안에는 두 항공사가 중복으로 취항하는 인천발 파리, 프랑크푸르트, 로마, 바르셀로나 노선에서 국내 다른 항공사의 진입을 지원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EU의 승인을 얻더라도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을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먼저 화물사업을 살 수 있는 국내 기업을 찾기가 쉽지 않다.
최근 항공화물 시장은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는데, 코로나19 기간인 2021년 3조원까지 치솟았던 아시아나항공 화물 매출은 올해 상반기 7천795억원까지 떨어졌다. 한때 70%가 넘었던 아시아나항공 화물 매출의 비중은 현재 21.7%에 머문다.
아울러 인수 기업은 1조원가량으로 예상되는 화물사업 관련 부채도 맡아야 한다.
티웨이항공과 이스타항공, 에어프레미아, 에어인천 등 저비용항공사(LCC) 4곳이 인수 후보 기업으로 거론되지만, 이 중 가장 대형업체인 티웨이항공은 인수 포기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기업들은 여객기 10대 미만의 중소형 LCC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을 인수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평가가 많다.
이에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화물사업을 인수하는 기업이 고용 유지와 처우 개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을 세웠고, 이날 고용승계·유지 조건으로 화물사업 매각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또 최종 합병까지 아시아나항공을 재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계약금과 중도금의 사용과 대한항공을 대상으로 한 아시아나항공의 영구전환사채 발행도 허용했다. 아울러 인수계약금 3천억원 중 1천5백억원도 이행보증금 전환했다.
화물 매각 이슈가 해결되면서 EU로부터 승인은 무난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했다.
대한항공은 EU 집행위로부터 늦어도 내년 1월 말까지는 승인을 받는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윤철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화물 매각안을 거부해서 합병 자체가 무산되는 것은 이사회 입장에서도 부담이 됐을 것"이라며 "다만 앞으로 합병이 어떻게 진행될 것이냐는 불확실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전환점이 될 EU의 승인은 화물 부문의 경쟁 제한성이 해소되면서 곧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 미·일 승인 여부 불투명…국내 독점 우려 불식해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화물사업 매각 말고도 넘어야 할 장애물이 있다. 미국과 일본경쟁 당국의 승인이 그것이다.
2020년 11월 산업은행의 통합 추진 발표로 본격화한 두 항공사의 합병은 대한항공이 올해 초 기업결합을 신고한 14개국 중 EU와 미국, 일본을 제외한 11개국으로부터 승인받으면서 성사를 눈앞에 뒀다.
하지만 EU가 지난 5월 합병 시 유럽 노선에서 승객·화물 운송 경쟁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담은 심사보고서를 발표하며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고, EU의 심사를 통과하더라도 미국과 일본이 같은 독과점을 이유로 제동을 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미국 법무부가 경쟁 제한을 이유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막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미국 매체 폴리티코의 보도는 이러한 우려를 키운다.
대한항공은 경쟁당국의 합병 승인을 따내기 위해 슬롯과 운수권 재분배 카드를 내놨다.
영국 승인을 위해 히스로공항에 보유 중인 7개 슬롯을 LCC 버진애틀랜틱에 넘기고, 중국에는 46개의 슬롯을 반납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대한항공이 미국, 일본의 승인을 받기 위해 추가로 노선을 경쟁사에 넘길 가능성이 거론된다. 미국에서 뉴욕, 시카고, 로스앤젤레스(LA)를 비롯한 주요 노선에 대해 여객과 화물 모두 줄이는 것이 유력하다.
두 국적항공사의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국부 유출을 야기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이와 관련, 미국 법무부와 시정조치를 협의해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하고, 일본에도 시정조치안을 제안해 내년 초까지 심사를 종결시키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한항공은 국내에서 제기되는 독점 우려도 불식시켜야 한다.
아시아나항공의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2020년 두 항공사의 합병을 추진하며 글로벌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메가 항공사'를 만들어야 하고, 이에 따른 효율성 증대가 독점에 따른 폐해보다 훨씬 크다는 이유를 댔다.
이에 따라 고객들은 메가 항공사의 높아진 위상과 개선된 서비스를 기대했지만, 최근 높아진 항공요금과 불편해진 마일리지 서비스로 합병 시 부작용을 우려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이윤철 교수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한국 항공산업의 경쟁력이 달린 문제"라며 "대한항공은 합병 후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산업계와 고객에게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vivid@yna.co.kr, winkit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