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 전쟁' 마주한 바이든, 1979년 카터와 닮은꼴
카터는 美대사관 인질 사건·소련의 아프간 침공으로 고전
"바이든, 재선 실패한 카터와 유사한 외교적 위기 직면"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2개의 전쟁'이 불안한 변수로 떠올랐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으로 '전선'이 두개로 늘어나면서 내년 재선 도전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재선 도전에 나선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한 민주당 대통령인 지미 카터 전 대통령(1977~1981년 재임)과 유사한 외교적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악시오스는 바이든 대통령 재임 기간에 세 차례 해외 위기가 발생했다면서 혼란 속에서 이뤄진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동 지역 전쟁 가능성을 꼽았다.
그러면서 정치적 도전에 직면한 바이든 대통령과 역시 재선을 앞두고 두차례 외교정책 위기를 맞았던 카터 전 대통령 간에 몇 가지 "놀라운(striking) 유사점"이 있다고 짚었다.
러시아에 의해 촉발된 전쟁에 직면한 것과 미국인이 인질로 붙잡힌 점 등이 유사하다는 게 악시오스의 분석이다.
이달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 기습 공격 당시 인질로 끌고 간 사람 중에는 미국인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일각에선 이란의 공격 배후설을 제기해왔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간 교전도 격화하고 있다.
카터 전 대통령도 이란 주재 미국 대사관 인질 사건과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으로 외교정책이 시험대에 올랐었다.
1979년 미국의 우방이었던 이란에서 이슬람 혁명이 일어나 테헤란 주재 미국 대사관에 미국인 수십명이 인질로 억류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인 인질 사태는 언론 헤드라인을 장식했고 재선을 노리던 카터 전 대통령의 정치력에 큰 타격을 입혔다.
같은 해 12월에는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고 카터 행정부는 소련에 대해 더 강경한 입장을 취했지만, 미국인들의 인식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카터 전 대통령은 1980년 대선에서 재선에 실패, 공화당 후보였던 로널드 레이건에게 백악관을 내줬다.
악시오스는 또 바이든 대통령이 카터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인 젊은 진보적 유권자들의 지지가 약화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하마스의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표명한 뒤 아랍계와 무슬림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내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갤럽이 지난 27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선 민주당 일부 지지층이 등을 돌리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37%로 또다시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내년 대선에서 재대결을 벌일 것이 유력시되는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양자 가상 대결에서 박빙 속 우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원 다수가 친이스라엘이지만 박빙의 대선 레이스에서 승리하려면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군사작전에 대한 자신의 지지에 비판적인 일부 좌파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yunzhe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