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 사인 추측 분분…"中지도부 향한 누적불만 표출일수도"
中전문가 "피살설 등은 억측…다만, 의구심 제기는 불만의 발로"
"리커창 인기, 후야오방에 못미쳐…제2의 6·4 시위 발생 어려워"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지난 27일 돌연사한 리커창 전 중국 총리의 사망 원인을 놓고 중국인들 사이에서 여러 추측이 제기되고 있으며, 이는 중국 최고 지도부에 대해 누적된 불만의 표출일 수 있다고 대만 중앙통신사가 30일 보도했다.
중국 당국은 리 전 총리가 사망한 지난 27일 사인을 심장마비라고 공식 발표했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리 전 총리가 상하이의 호텔에서 수영하던 중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망 판정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그가 자연사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음모론'이 나오고 있다고 중앙통신사는 전했다.
이 매체는 미국 내 중국 문제 전문가인 앤드류 J. 나단이 '미국의 소리'(VOA)와 한 인터뷰를 인용, "리 전 총리가 돌연사했고, 그 진상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사인을 둘러싸고 분분한 의견이 나올 수 있다"면서도 "피살설 등 사인이 당국의 발표와 다를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은 억측"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리 전 총리는 시진핑 권력 기반을 위협할 인물이 되지 못한다"며 "누군가가 손을 쓸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리 전 총리의 사인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는 것 자체가 중국 최고 지도부에 대한 불만의 발로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3년간 계속된 '제로 코로나'의 영향으로 경제가 큰 충격을 받았고, 작년 말 예고 없이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면서 코로나19 감염자와 사망자가 급증하는 등 큰 혼란을 겪는 과정에서 중국인들이 최고 지도부의 통치 방식에 지쳤을 것으로 진단했다.
게다가 미국과의 갈등이 장기화하는 데 따른 불안감과 피로감도 커진 상황에서 민생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애썼던 리 전 총리의 갑작스러운 사망 원인에 의혹을 제기하는 것으로 당국에 대한 불만과 불신을 드러내려 한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리 전 총리의 죽음이 1989년 6·4 톈안먼 사태와 같은 대규모 시위를 촉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고 중앙통신사는 전했다.
6·4 사태는 후야오방 전 총서기의 죽음을 추모하는 대학생 등 지식인들의 집회에서 시작됐지만, 리 전 총리의 인기는 당시 후 전 총서기와 견줄만한 것이 못 된다는 것이다.
또 당시 중국의 전반적인 상황은 지금보다 훨씬 열악했고, 당국의 통제력도 약했지만, 지금은 과거와는 상황이 크게 달라 대규모 시위가 일어날 토양을 갖추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인 외교관계협회(CFR) 중국 문제 선임연구원 이안 존슨은 "리 전 총리는 직전의 주룽지, 원자바오 전 총리와 비교되는 공산당 정권 수립 75년 이래 가장 무색무취했던 총리 중 한 명이었다"며 "그의 사망이 중국 권력 지형을 바꿀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리 전 총리의 베이징대 동문으로 미국에 체류 중인 중국학자 왕쥔타오는 "중국 공산당의 자기 개혁에 희망을 걸었던 6·4 톈안먼 시위는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의 지식인들과 서민들이 더는 공산당에 대한 애정이 없기 때문"이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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