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미, 확전방지 '골머리'…이집트·사우디와 대책 논의

입력 2023-10-30 10:58
수정 2023-10-30 17:56
[이·팔 전쟁] 미, 확전방지 '골머리'…이집트·사우디와 대책 논의

바이든, 이집트 대통령과 통화…사우디 국방장관도 방미

이란 '레드라인' 운운…친이란세력 도발에 '위험한 불장난' 우려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제한적인 지상전에 돌입하고 이란 등의 반발이 거세지자 미국이 분쟁의 확전을 막기 위해 나섰다. 미 정치매체 더힐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에게 이번 전쟁이 중동 분쟁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미국의 노력에 관해 설명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엘시시 대통령에게 미국이 지역행위자들이 가자지구 분쟁을 확대하는 것을 막고 하마스가 납치한 인질 200명 이상을 석방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설명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과 엘시시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비롯한 중동의 항구적이며 지속 가능한 평화를 위한 조건을 마련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더해 칼리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국방장관도 미국을 방문해 확전 방지에 대해 논의할 전망이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 등은 칼리드 장관이 미국을 방문해 워싱턴 DC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등과 만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칼리드 장관은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동생이며, 2017∼2019년 주미대사를 역임한 바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전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미국은 이란과 이란의 지원을 받는 중동 내 무장세력이 이스라엘의 제한적 지상전 시작을 빌미로 삼아 이번 사태에 본격 개입할 가능성에 대비해 아랍권 지도자들과 잇달아 대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마스를 지지해온 이란은 이스라엘이 하마스와의 전쟁 2단계를 선언하자 '레드라인'(위반 때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는 기준선)을 거론하고 나섰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이) 레드라인을 넘었다"며 "이것이 모두를 행동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경고해 확전 우려를 자극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미국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하면서 그들은 이스라엘에 전방위적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최근 이라크와 시리아 내 미군 기지가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세력의 공격을 잇달아 받았다는 점도 확전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이들 무장세력은 미국, 이스라엘에 거센 반감을 품고 중동을 해방한다는 노선을 이란과 공유하며 이란의 지원을 받는 조직이다.

미군이 확전 방지를 위해 중동에 항공모함 등 군사력을 증강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이들 이란 대리세력의 도발이 '위험한 불장난'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영국 국방 싱크탱크인 왕립합동연구소(RUSI)의 토비아스 보크 선임 연구원은 "이란이 말 그대로 불장난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크 연구원은 "우리는 현재 가자 전쟁에서 한 단계 나아간 것을 보고 있다"며 "이란은 (미국의) 항공모함을 봐도 무섭지 않으며 우리도 당신을 해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날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확전 가능성과 관련해 "이란은 우리 메시지를 이해하고 있다고 보며, 전쟁이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역내 다른 국가들과 협력하는 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하고 있다"면서도 "위험은 현실이며 높은 경계 상태에 있다"고 말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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