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오늘이 마지막 날일 수도"…긴 봉쇄에 절망 깊어지는 가자지구
지상전 확대에 갈 곳 없이 속수무책…"상황 매일 더 나빠져"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봉쇄가 3주 넘게 이어지면서 안에 갇힌 주민들의 절망이 깊어지고 있다.
공습을 피해 중부와 남부 지역으로 대피한 피란민들도 최근 이스라엘군의 지상 공격 확대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매일 오늘이 마지막 밤일 수 있다는 공포에 떨고 있다.
29일(현지 시간) 미국 CNN 방송은 공습을 피해 집을 떠난 가자지구 민간인들이 안전하게 머물 장소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자지구의 북동부 도시 베이트 하눈을 떠나 중부 데이르 알발라의 난민 캠프에서 지내고 있는 13살 소녀 할라 빈 나임은 지난 11일 공습으로 가족 두 명을 잃었다.
데이르 알발라는 당초 이스라엘이 사람들에게 대피하라고 안내한 '안전선'인 와디 가자 이남에 있지만, 실제로는 안전과 거리가 멀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개전 이후 최대 공습을 가한 지난 27일 밤, 데이르 알발라 난민 수용소를 비롯한 가자 중부 곳곳에서 폭격이 벌어졌다고 CNN은 전했다.
빈 나임은 "날이 갈수록 상황이 더 위험하고 나빠지고 있다"며 "마실 물이 없어 적은 양의 물을 어린아이들에게 나눠주려 애쓰고, 빵을 사러 매일 빵집 앞에서 5∼7시간 동안 기다린다"고 말했다.
더 많은 피란민들이 몰린 가자지구 남부 지역의 상황도 절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이스라엘의 대피령 이후 가자시티를 떠나 남부 도시 칸 유니스로 온 이브라힘 알라가는 "매일 밤 오늘이 마지막 날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영국 BBC 방송이 이날 전했다.
아일랜드 시민권자인 알라가는 최근 가자지구에 사는 가족들을 방문하러 왔다가 전쟁이 터져 이곳에 발이 묶였다.
그의 부모님이 사는 칸 유니스의 방 4개짜리 집에는 현재 피란을 온 이들의 친척과 친구까지 90명이 함께 지내고 있다.
이들은 집에 있던 가구를 밖으로 내놓고 번갈아 가면서 잠을 청하며 부족한 공간에서 같이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알라가는 말했다.
알라가의 가족들은 지난주 아일랜드로 떠나려 이집트와 통하는 라파 국경 통행로까지 위험을 무릅쓰고 운전해서 갔지만 통로가 열리지 않아 다시 돌아와야 했다.
지난 주말 대규모 공습에 이어 전화와 인터넷까지 끊기자 알라가의 아이들은 밤새 이전보다 더 심한 공포에 떨었다고 한다.
알라가는 통신이 두절되는 동안 "외롭고 온 세상과의 연결이 끊어진 기분을 느꼈다"며 "이곳 사람들은 매우 지쳐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가 재앙 수준으로 치달아 주민들이 한계 상황에 몰리면서 최소한의 사회적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지난 28일 주민 수천 명이 데이르 알발라 등 가자지구 중부와 남부에 있는 몇몇 유엔 구호품 창고에 난입해 밀가루와 비누 등을 약탈해갔다고 밝혔다.
UNRWA는 29일 성명에서 "가자지구 주민들이 구호품 창고와 물품 배분 센터에 난입해 생존에 필요한 물품들을 가져가고 있다"며 "이는 시민적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는 걱정스러운 신호"라고 말했다.
UNRWA의 토마스 화이트 국장은 CNN에 가자지구의 "사회 조직"이 무너지고 있다며 현 상태가 지속되면 가자지구에서 활동을 계속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wisefoo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