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러시아서 만난 하마스·이란…러 "이스라엘과도 대화"
이스라엘 반발에 크렘린궁 "모든 당사자와 접촉할 필요 있어"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대표단이 러시아에서 이란 외무차관과 만나 이란의 강력한 지지를 재확인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러시아 방문을 강력히 규탄한 가운데 러시아는 "모든 당사자와 접촉할 필요가 있다"며 중재 노력의 일환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러시아 주재 이란 대사관은 27일(현지시간) 텔레그램 성명을 통해 알리 바게리 카니 외무차관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하마스 정치국 간부인 무사 아부 마르주크와 만나 가자지구 및 팔레스타인 상황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대사관은 이어 이란이 팔레스타인 국민과 '저항'을 지지하고 있으며, 대외 접촉 우선순위를 즉각적인 휴전, 가자지구 주민에 대한 지원, 가자지구 봉쇄 해제에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마스와 이란 대표단은 전날 나란히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 각각 러시아 외교 관계자들과 회담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3주 가까이 이어지며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하마스·이란을 동시에 초청하자 이스라엘은 즉각 반발했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성명을 내고 "러시아가 하마스 대표단을 초청한 것을 개탄한다"며 "하마스는 이슬람국가(IS)보다 나쁜 테러 조직"이라며 추방을 촉구했다.
앞서 이스라엘은 러시아에 "더 균형 잡힌 입장을 보여달라"고 불만을 전하기도 했다.
이에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리는 모든 당사자와 접촉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하마스 대표단이 러시아를 방문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물론 이스라엘과 대화를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하마스 대표단이 외무부 인사들과 만날 뿐 크렘린궁과는 접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미국이 이라크·시리아 내 미군기지가 공습받은 것에 대한 대응으로 이날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연계된 시리아 동부를 공습한 것과 관련, "이런 심각한 긴장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은 이 지역에서 더 넓은 긴장을 유발한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미국의 정책 실패로 발생했다고 비판하면서 휴전과 평화 정착을 위한 대화가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두고 러시아가 이번 전쟁을 계기로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알렉산데르 벤 즈비 주러시아 이스라엘 대사는 스푸트니크 통신에 중동 갈등을 둘러싼 이스라엘과 러시아의 입장이 늘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양국이 접촉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벤 즈비 대사는 "우리는 상대에 입장을 전하고 설득하려고 노력한다. 항상 잘 풀리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이 대화의 일부라 생각한다"는 견해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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