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하마스 "인질 모두 석방할 준비됐지만, 상황이 허락치 않아"(종합)
러시아 매체 인터뷰서 '휴전' 전제조건 내세워…"차분한 환경 필요"
팔레스타인 죄수 6천명 석방 대가로 받는 '포로 교환' 염두 관측
(모스크바·이스탄불=연합뉴스) 최인영 김동호 특파원 =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휴전이 합의되기 전까지는 인질 석방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러시아를 방문한 하마스 대표단의 아부 하미드는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 인터뷰에서 "가자지구에 있는 인질을 모두 찾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스라엘 발표에 따르면 하마스가 지난 7일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면서 붙잡아 가자지구로 끌고 간 인질은 233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마스는 인질을 석방해야 한다는 국제사회 요구 속에서 이 중 4명의 여성 인질만 풀어준 상태다.
하미드는 가자지구에 있는 인질을 찾는 작업을 마치려면 차분한 환경이 필요하다면서 휴전이 선결 조건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지금까지 인질 5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대표단을 이끄는 하마스 정치국의 고위 간부 무사 아부 마르주크도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 인터뷰에서 "우리는 모든 민간인을 석방할 준비가 돼 있지만, 지상의 상황이 이를 허락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질이 돌아가기 위해서는 "필요한 조건들이 있다"고 언급했다.
지상에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향한 이스라엘의 공격이 이어지는 이상 인질 석방에 응할 수 없다는 것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마르주크는 러시아 국영 리아 노보스티 인터뷰에서는 "구조를 위한 희망에 원래 국적을 내세우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로서는 붙잡은 이들을 모두 이스라엘인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러시아,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자국민 석방을 요구하는 여러 나라 가운데서도 "우리와의 관계 특성 등을 고려해 러시아의 요청을 가장 긍정적으로, 주의 깊게 받아들였다"고 언급했다.
결국 하마스는 민간인 인질 석방의 대가로 이스라엘에 수감된 팔레스타인인 죄수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포로 교환' 방식을 압박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마스를 물밑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란은 지난 26일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외무장관 발언을 통해 "하마스는 민간인을 테헤란에 풀어줄 준비가 됐다"며 "팔레스타인인 죄수 6천명을 석방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또 다른 필요이자 책임"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하마스 대표단은 전날 러시아 모스크바에 도착, 미하일 보그다노프 러시아 외무차관과 회담하며 가자지구 문제를 논의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하마스 대표단과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 석방 문제와 러시아인과 다른 국적 시민들을 구출하는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보그다노프 차관은 지난주에도 카타르에서 하마스 지도부와 만나 인질 문제 등을 논의한 바 있다.
코메르산트는 알리 바게리 카니 이란 외무차관도 전날 모스크바에서 보그다노프 차관과 만나 인질 문제를 거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외교부는 러시아·이란 차관의 회담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긴장 상황 등에 관한 대화가 진행됐다고 밝혔지만 인질 문제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러시아 방문에 반발하면서 "러시아 정부에 하마스 테러리스트들을 즉각 추방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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