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무연고 집단매장 피하려…아이에게 팔찌채우는 팔 부모들

입력 2023-10-26 09:52
수정 2023-10-26 11:28
[이·팔 전쟁] 무연고 집단매장 피하려…아이에게 팔찌채우는 팔 부모들

가자지구 민간인들, 가족 팔·다리에 이름 적거나 팔찌 채워

무연고 시신은 번호 매겨 집단매장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민간인 사상자가 속출하면서 미처 신원을 파악하지 못한 시신들이 번호가 매겨진 채로 집단매장되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일가족 몰살을 피하려 가족과 생이별을 하고, 사망하면 가족의 시신을 알아보기 위해 서로 팔찌를 채워주는 비극적인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25일(현지 시간) 로이터 통신은 일부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사망시 무연고자로 분류돼 집단 매장되는 것을 피하려고 서로 알아볼 수 있도록 팔찌를 채워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알리 엘다바(40)는 가족이 한 장소에 모여있다가 같이 공습을 받지 않도록 아내와 두 딸, 두 아들과 갈라지기로 했다.

그의 아내 리나는 네 아이와 함께 북부 가자시티에 남았고 엘다바는 나머지 세 아이를 데리고 남쪽 칸 유니스로 대피했다.

엘다바는 최악의 상황에도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푸른색 끈 팔찌를 사서 모든 가족의 양 팔 손목에 채워뒀다.

엘다바는 "만약 무슨 일이 생긴다면, 이렇게 해서 가족들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아이들에게 팔찌를 채워주거나 팔에 이름을 적고 있는 팔레스타인 부모들이 상당수라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앞서 미 CNN 방송도 가자지구 병원 영안실에 놓인 어린 아이의 시신 종아리에 아랍어로 이름이 쓰여있었다고 지난 22일 보도했다.

전쟁통에 사망할 경우 신원을 확인할 수 있도록 부모들이 자녀의 다리에 이름을 적고 있다는 것이다.



연일 공습으로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가자지구에서는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시신들이 이슬람교 지도자의 입회 아래 집단 매장되고 있다.

무연고 시신들은 의료진이 사진을 찍고 혈액 샘플을 채취하고 나서, 번호가 매겨진 채로 집단 매장된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이들의 본거지인 가자지구에 대대적인 공습을 가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민간인들에게는 안전을 위해 남쪽으로 대피하라고 통보했지만 공습은 가자지구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에 이스라엘 군 대변인은 "하마스는 가자지구 전역에 걸쳐 민간인 주민들 사이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며 "따라서 우리는 하마스의 테러 능력 제거를 위해 하마스가 있는 곳은 어디든 공습할 것이며, 동시에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적절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7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시작된 이후 양측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7천명을 넘어서고 있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보건부는 25일 전쟁 이후 발생한 누적 사망자는 6천546명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공식 사망자 집계를 발표하지 않지만, 하마스의 공격으로 이 기간 사망한 이스라엘인은 약 1천400명이라고 현지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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