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대선 3위, '극우괴짜' 지지…위기심판 정권교체론 승부수
단순 득표율 합계 50% 넘어…내달 19일 결선 앞두고 대선판 요동
본선 1위 여당 후보, 연대 시너지 차단·킬러공약 내세워 '굳히기'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3위를 차지하며 결선투표 진출에 실패한 야권 후보가 극우파 하비에르 밀레이(53) 후보 지지를 전격 발표했다.
이에 따라 본선 1위로 결선 투표에 나선 집권여당의 세르히오 마사 후보와, 2위를 한 밀레이 후보의 내달 19일 결선투표를 앞두고 아르헨티나 대선 판세가 요동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도우파 연합 '변화를 위해 함께'의 대선 후보로 나섰다가 3위로 낙선한 파트리시아 불리치(67) 전 치안장관은 2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올 대선 결선에서 밀레이 후보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불리치 후보는 "(경제난의) 긴급한 현 상황에서 우리는 중립을 지킬 수 없다"며 밀레이 후보 지지 결정 배경을 설명해 현재 경제위기를 초래한 집권당 심판과 정권교체론에 불을 지폈다.
불리치 후보는 전날 밀레이 후보와 만나 논의한 후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자신의 정치적 후원자이자, 이미 밀레이 후보 지지로 돌아선 마우리시오 마크리(64) 전 대통령과도 상의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는 밀레이 후보와 차이가 있지만, 무엇보다 변화와 자유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며 "아르헨티나가 전진하려면 인플레이션을 끝장낼 수 있는 근본적인 격변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는 바뀔 것인가, 마피아가 될 것인가의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고 강조했다.
중도우파 성향의 제1 야권 후보로 대선에 출마한 불리치 후보는 지난 22일 본선에서 23.8%대의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마사 후보(36.6%대)와 밀레이 후보(29.9%대·이상 개표율 98.51% 기준)에 밀려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밀레이 후보와 불리치 전 장관의 합계 득표율은 53%대로, 단순히 두 후보의 득표율을 합치면 마사 후보를 크게 압도하는 수준이다.
불리치 후보는 밀레이 후보가 본선 유세 기간 기성 정치를 비난하면서 자신까지도 싸잡아 비판한 것과 관련, "안 그래도 어제저녁 대화를 나누며 서로 용서했다"며 "더 중요한 일이 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라나시온과 클라린 등 현지 매체는 연간 140%대의 높은 인플레이션과 40%대의 빈곤율 등 극심한 경제난에 대한 책임을 여당 후보에게 묻고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두 후보의 공감대가 '빅텐트'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집권여당의 마사 후보는 알베르토 에르난데스 정부에서 경제장관을 맡아 경제정책을 총괄해왔다.
중도보수 세력과의 연대라는 날개를 달게 된 밀레이 후보는 현 정부에 대한 반감을 가진 이들의 지지세를 결선투표에서의 재역전 발판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아르헨티나 페소화를 달러로 대체하자는 달러화 도입과 중앙은행 폐쇄 등 기존 공약에 더해 수출 부문 사전과세 폐지, 형사미성년자 연령 하향 등 불리치 캠프 공약을 일부 수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중도우파 연합 세력이 모두 밀레이 후보와 '화학적 결합'을 이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기존 불리치 캠프 자체도 이념적으로 다소 뒤섞인 상태에서 '일단 정권 교체'라는 목표로 느슨하게 뭉쳐 있었다는 평가도 있기 때문이다.
소용돌이치는 대선판에서 '악재'를 맞닥뜨린 마사 후보는 기존 불리치 후보 지지자 중 '비(非) 밀레이 표심' 끌어안기에 안간힘을 쓰며 본선 2·3위 후보의 '연대 시너지'를 차단하는 데 역점을 둘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마사 후보는 임금 구매력 회복, 근로자 권리 확대, 양질 주거지 공급, 돈세탁 단속을 통한 달러 확보 등 '킬러 공약'을 적극 홍보하며 결선투표에서 승리 굳히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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