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亞외교정책' 첫 명문화…한미일 가치외교 비판·동남아 강조
'지역 안보 진영화' 언급하며 '한미일 中견제' 비판…아세안 8회·한중일 1회 언급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중국 정부가 아시아 외교정책을 명문화한 문건을 처음 공개하면서 한국과 미국·일본이 최근 추진 중인 '가치 외교'에 각을 세웠다. 반면 중국은 동남아시아와의 협력에 무게를 두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25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쑨웨이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은 전날 베이징에서 열린 '주변 외교 이념 제창 10주년 기념 국제심포지엄' 폐회식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신시대 중국의 주변 외교정책 전망'이라는 문건을 발표했다.
문건에서 중국 외교부는 "아시아는 세계에서 100년간 없었던 대격변 상황에 처했고, 발전과 진흥의 새로운 출발점에 서서 전례 없는 기회와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지난 수십 년 동안 전체적으로 안정을 유지하면서 역내 국가 간의 정치적 상호 신뢰가 끊임없이 강해졌고, 협력과 교류가 갈수록 심화됐다"고 전제했다.
다만 "글로벌 거버넌스 질서가 무너지고 냉전적 사고가 되돌아왔고, 일방주의·보호주의·패권주의가 횡행해 에너지·식량·금융·공급망·기후변화 등 다중의 리스크가 아시아에 미치는 영향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일부 국가가 지역 군사 동맹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조선반도(한반도) 문제는 복잡해 풀기 어려우며, 아프가니스탄 재건은 겹겹이 도전을 맞았다"는 평가도 했다.
중국 외교부는 "아시아 앞날에는 두 가지 완전히 다른 주장과 지향이 존재한다"며 "하나는 개방적 지역주의와 진정한 다자주의를 견지·수호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냉전적 사고를 되살려 폐쇄적 집단을 만들고, '가치관으로 선 긋기'와 경제 문제의 정치화, 지역 안보의 진영화, 분열 독려, 대결 조장에 나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이 '세계 최대의 개발도상국'을 자처하며 서방 진영에 맞서는 개념으로 여러 차례 언급해온 '진정한 다자주의'를 한쪽에 놓고, 한미일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내세우고 있는 '가치 외교'를 선명히 구별하면서 자국 입장에 '동참'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문건에서는 중국이 아시아 외교 방점을 동남아시아에 찍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줬다.
전체 6천250자 길이의 문건에서 '아세안'(ASEAN·東盟·동남아시아국가연합)을 모두 여덟 차례 거론됐는데, '중일한'(한중일)은 아시아 내 다자 협력 메커니즘의 종류 가운데 하나로 한 차례만 언급됐다. 한국과 일본을 별도로 언급한 대목은 없었다.
외교부는 "중국은 자기 주권과 안보, 발전 이익을 확고히 수호하면서 각국의 주권과 영토 완전성, 각국 인민이 자주적으로 선택한 발전 경로와 사회 제도를 존중할 것"이라며 "대국과 소국이 평등하다는 원칙을 견지하면서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의 단결과 협력을 촉진하겠다"고 했다.
미국에 대해선 "중국과 미국은 상호 존중과 평화 공존, 협력 호혜의 기초 위에서 아시아·태평양에서 긍정적으로 상호작용해 지역 안정과 발전에 좋은 에너지를 제공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대만 문제를 놓고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키는 태도가 선명할수록 대만해협의 평화·안정 가능성이 커지고, 지역 평화·번영도 더 보장될 것"이라는 종전 입장을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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