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로' 대항인데…EU '글로벌 게이트' 이사회에 中관련 기업
홍콩 매체 "이사회 자문기업 EDP의 최대 주주가 中국영기업"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에 대응해 추진 중인 인프라 프로젝트 '글로벌 게이트웨이'(Global Gateway)의 이사회에 중국 관련 기업이 포함됐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5일 보도했다.
EU가 글로벌 게이트웨이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정작 해당 프로젝트를 자문하는 이사회에 중국 관련 기업이 포함됐다는 지적이다.
보도에 따르면 60개 회원과 옵서버로 구성된 글로벌 게이트웨이의 기업 자문단에는 포르투갈 에너지기업 EDP 기업도 들어 있는데, EDP 최대 주주는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싼샤그룹(CTG)이다.
중국싼샤그룹은 EDP의 주식 19.98%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2대 주주보다 3배 이상 큰 규모다.
또 EU 글로벌 게이트웨이 이사회에 포함된 프랑스 위성기업 유탤샛도 중국 투자를 받았다.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는 현재 유탤샛의 8대 투자자다.
글로벌 게이트웨이는 금융기관, EU 회원국 정부, 민간 영역이 2021∼2027년 유럽 역외 인프라 건설에 3천억유로(약 428조원)를 투자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역외 인프라 건설 투자 계획이다.
EU 집행위가 처음 글로벌 게이트웨이 계획을 발표했을 당시 유럽 역외 개발도상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는 평가가 나왔다.
SCMP는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당시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을 비롯해 고위 유럽 관리들은 이전부터 글로벌 게이트웨이에 중국 기업들의 참여에 대해 경고해왔다"고 전했다.
유럽의회 힐데 보트만스 의원은 SCMP에 "글로벌 게이트웨이에 대한 중국 기업들의 영향력은 매우 우려스럽고 중국으로부터의 디리스킹(위험 제거)이라는 우리의 야망에 전적으로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더 이상 순진하게 굴어서는 안 된다"며 "중국 기업들이 중국 공산당 정권으로부터 명령을 받고 그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리엄 렉스먼 의원도 "EDP 사례는 당혹스럽다"며 "글로벌 게이트웨이는 중국의 영향력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지 그들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글로벌 게이트웨이 목적은 중국의 '좀 먹는' 일대일로 연계 자본에 대한 지속가능한 대안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U는 25∼26일 브뤼셀에서 첫 글로벌 게이트웨이 포럼을 연다.
이 포럼에는 소말리아, 알바니아, 방글라데시 등 16개 개발도상국 정치 지도자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그러나 중국은 초대받지 못했고, EU는 중국이 프로젝트 파트너로 참여하는 것을 거부했다고 SCM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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